일제 토지 수탈 한 눈에…장성 토지역사관 눈길
조선총독부 제작 삼각측량명세표 등 전시
전국 주요 지형지물·산높이 등 상세 측정
2020년 07월 27일(월) 18:27
장성 토지역사관에는 일제가 1910년대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시행한 토지조사사업 당시 사용했던 측량기구와 거리측정기구 등이 전시돼 있다. <장성군 제공>
일제의 토지수탈 현장의 소중한 사료를 볼 수 있는 이색전시관이 있다. 장성군 종합민원실에 있는 ‘토지(지적)역사관’이다.

27일 장성군에 따르면 토지역사관에는 부동산제도의 역사, 부동산대장 변천사, 측량기구, 사료 등이 전시돼 있다. 자본주의 부 축적의 기준인 토지의 역사를 근대사에서 현대사까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곳에는 일본제국주의가 1910년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시행한 토지조사사업 당시 사용했던 측량기구, 거리측정기구, 토지조사부, 측량명세표, 각종 대장, 도면, 서장 등이 전시돼 있다. 사세청(현 국세청)에서 장성군으로 이관된 사료를 서고에 보관하다가 토지역사관을 설치,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첨단 장비였던 트랜시트, 거리측정기구로 사용한 대줄자, 전국을 그물망처럼 역어놓은 삼각측량명세표 등은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삼각측량명세표는 일제의 치밀한 토지 침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100년 전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인쇄본으로, 일제가 측량기준점을 일본으로 삼아 대마도, 거제도, 절영도를 삼각망으로 구성한 후 평양·영산포 등 전국 13개 주요 지점에 측량 기선점을 설치해 전국을 그물망처럼 엮었다. 이를 토대로 일제는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한 뒤 토지를 강탈했다.

지금도 나주 영산포 영산강변에는 일제가 설치한 ‘영산포 기선점’이 훼손되지 않고 원형대로 남아있다.

또 전국 주요 명산에 20㎞ 단위로 표석을 설치해 좌표를 수치화하는 등 주요 지형지물과 산높이 등이 상세히 측정돼 있다. 일본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서울·평양·신의주까지 정확히 명중할 수 있도록 수치화돼 있다고 한다.

토지역사관에는 일제가 실시한 토지조사사업 사진과 세부측량 사진, 토지·임야 대장 제작과정 등 자료들이 생생하다.

장성군은 이같은 일제 잔재물인 지적·임야 도면을 청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면 정보화 작업을 실시했다.

이는 장성군 민원실이 ‘세계화 시범기관’으로써 정부 표창을 받는 계기가 됐다. 장성군은 이후 속성 정보를 도형 정보로 전환했고, 최근에는 4차원 입체 정보 시스템으로 선진화하고 있다.

장성읍에 사는 이은주 씨는 “군청 민원실을 찾을 때마다 토지역사박물관이 있어 어려운 부동산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지루함도 달랜다”고 말했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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