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배지영 지음
2020년 07월 24일(금) 00:00
100년 이상의 건물과 마을이 옛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 일제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바로 군산이다. 흔히 군산을 일컬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말한다. 근대문화의 도시이자 한편으로 철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문지리 시리즈 ‘대한민국 도슨트’ 일곱 번째로 발행된 책은 ‘군산’이다.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와 ‘우리, 독립청춘’의 저자 배지영이 군산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펼쳐낸다. 스무 살에 군산에 와 서른 해째 좇고 있는 작가는 오래두고 기억해야 할 군산 땅과 사람들을 만났다.

1900년대 일본인이 닦은 도시는 ‘원도심’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일본인들의 요구로 113년 전 세운 ‘옛 군산세관’, 군산과 정읍에 가진 땅이 여의도 10배가 넘었던 구마모토 호화별장 ‘이영춘 가옥’도 이곳에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군산의 모습은 아니다. 만세운동을 벌였던 영명학교는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으로, 100여 년 전 적산가옥은 일제 항거 역사를 소개하는 ‘군산항쟁관’으로 변모돼 있다. 영국 ‘BBC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경이로운 순간’에 소개돼 세계인의 이목을 끈 것도 있다. 다름 아닌 11월 금강하굿독을 물들이는 가창오리의 군무다. 뿐만 아니라 군산시와 고군산도, 부안군을 연결하는 새만큼 방조제는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방조제를 통해 더 가까워진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는 다도해의 비경으로 꼽힌다.

저자는 2013년 시간여행축제를 시작으로 군산은 역사 교육 현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제는 한 달을 살고 가는 어엿한 관광도시로 자립했다고 부연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 바로 군산을 일궈가는 밑바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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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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