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광주 서석동 '책과생활'
북토크, 전시, 온라인 서점까지…동네책방의 진화
5월 25평 규모 세번째 이전
워크숍·강연 등 지식 공유
미술작가 ‘아티스트북’ 전시
카페공간 마련, 주류 판매도
2020년 06월 10일(수) 00:00
2016년 문을 연 후 최근 세 번째 이전한 ‘책과생활’에서는 책 판매와 함께 다양한 강연이 열린다.
‘책과생활’은 2016년 5월에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두 번 이사했다. 4년 동안 세 번 공간을 바꿨다. 다만 처음 문을 열었던 위치에서 반경 50m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서점을 자주 옮긴 이유는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원해서였다. 여기엔 갈수록 늘어나는 장서 수도 한 몫했다.

처음엔 8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무턱대고 서점을 열었고 불과 8개월 만에 매장이 창고가 되어갔다. 새로 들어온 책들은 서가에 놓인다기보다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보다 큰 공간이 필요했고 마침 30미터 떨어진 곳에 비교적 저렴한 월세로 나온 곳을 계약했다. 대략 16평 정도 되는, 그때로서는 넓고 쾌적한 곳이었다. 하지만 2018년 7월 신장개업한 두 번째 ‘책과생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가 되어갔다. 이듬해 한 차례 서가를 증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1월, 아직은 신종 질병이 이웃 나라 소식에 불과했을 때, 새로운 공간(광주시 동구 제봉로 100-1)을 계약하고 내부 공사에 들어갔다. 평수는 그토록 꿈꿨던 20평을 훌쩍 넘긴 24평. 새로운 서점은 보다 많은 사람이 강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운데에 커다란 커뮤니티 테이블을 두고 사방으로 서가가 놓이는 단순한 구조로 꾸밀 예정이었다.

2019년부터 ‘책과생활’은 책을 매개로 한 문화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리는 서점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 전까지 책 판매에만 그쳤던 서점의 역할을 확장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관계망이 형성되는 장소로 만들어나갔다. 2019년 한 해에만 북토크, 강연, 워크숍 등 책과 관련한 프로그램 총 31회를 진행했는데, 평균을 내보면 거의 열흘에 한 번씩 서점에서 작가와 독자가 만났다.

특히 2019년 5월부터 매주 진행했던 ‘여행자의 불빛서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라는 도시에 대한 인문 지식을 강연 형식으로 전달했던 프로그램으로 청중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던 우리 서점의 대표적인 콘텐츠였다.

‘책과생활’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굿즈.
‘책과생활’은 확장 이전하는 곳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더 넓고 쾌적한 장소에서 더 많은 관객에게 ‘책과생활’만의 특색 있는 강연 프로그램을 선보일 요량으로 내부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나라의 소식에 불과했던 질병이 코로나19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말을 전파하고 그에 맞는 행위를 요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낱말은 지난 해처럼 서점을 운영할 수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밀집 상태에서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행사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으므로 계획은 수정되어야 했다.

‘책과생활’은 강연 프로그램에 맞춘 애초의 공간 계획을 수정해 서점과 카페 공간을 분리하는 형태로 꾸몄다. ‘책과생활’이 제작한 아치서가가 서점과 카페를 공간적으로 구획하고, 시집을 중심으로 예술, 인문, 사회, 자연과학, 에세이 등의 분야가 펼쳐지는 구성이다. 책 읽는 자들을 위한 카페 공간에서는 6월 중순부터 음료와 주류를 판매할 계획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밀집하지 않게 테이블 간격을 최대한 벌려 이용객 수를 조절하려고 한다.

소박한 전시가 열리는 공간.
특히 카페 공간에는 서점이 자연스럽게 파고 들어갈 수 있도록 가로 4.3미터, 세로 2.6미터에 이르는 벽면을 전시 서가로 배치했다. ‘책과생활’ 전시 서가는 앞으로 꾸준히 책과 관련한 전시로 꾸며갈 예정이다. 지난 7일까지 광주의 동네서점과 5·18기념재단이 함께 기획한 ‘오월서가’ 전시가 열렸고 이어 ‘아티스트 북이란 무엇인가’(가제)라는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적 실천을 하고 있는 국내외 미술작가의 아티스트북을 전시 소개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금 시작하면서 6월 이후로 예정했던 강연 및 토크 프로그램들도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에 진행하려다 연기된 프로그램도 언제쯤 다시 행사 날짜를 잡게 될지 알 수 없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최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부득이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최소 인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가하도록 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것이다.

올해 11월까지 소설가 이화경이 ‘책과생활’에 상주하는 작가로 선정돼 함께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작가회의의 도움으로 기획한 ‘질병 X의 시대 ‘함께’ 건너기 ― 읽기, 말하기, 쓰기’라는 프로그램인데,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강독회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재난을 다룬 과거의 문학적 성취들을 통해 새로운 감염병 시대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각자의 글쓰기로 이어지게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강독회를 진행하고 다음 순서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책과생활’은 서점 수입의 다각화를 위해 6월 중 온라인 서점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 서점만의 느낌을 주는 콘텐츠로 큐레이션한 책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려고 한다.

/신헌창 책과생활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책과생활’이 추천합니다



▲우주에서 살기, 일하기, 생존하기

‘자가격리’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다. 전 나사 우주 비행사 톰 존스가 우주 비행사 훈련과 우주 탐험 경험을 문답의 형태로 풀어놓았다. 우주 비행사는 우주로 나가기 전후, 일정 기간 격리된다고 한다. 질병에 노출되거나 전파를 막기 위해.

<톰 존스 지음, 승영조 옮김·북트리거>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흔히들 문해력으로 번역하는 리터러시에 대해 문화연구자와 응용언어학자가 나눈 대담을 담았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몸과 사고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또 그에 따른 세대간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서점을 운영하는 자로서 전통적인 미디어를 찬양하고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서는 애써 거리를 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방식을 요구받는 이때, 책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특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김성우·엄기호 지음·따비>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제목 그대로 안 부르고 혼자 고치는 게 맘 편한 시대이다. 집콕의 시절, 무료함과 단조로움을 달랠 만한 소일거리가 즐비하다.

<완주숙녀회·이보현 지음, 안홍준 그림·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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