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광주 화정동 ‘사이시옷’
아늑한 공간·커피·책…여기서 느끼는 ‘그 무엇’
커피 향 가득한 카페와 서점이 한 공간에
2층 주택 리모델링…모임공간 가장 인기
서점 한켠 ‘공유의 벽’에 5·18 도서 전시
책방·전시·음료·모임…복합문화공간으로
2020년 04월 29일(수) 00:00
서점과 커피숍, 주택을 개조한 모임 공간이 어우러진 ‘사이시옷’은 복합문화공간을 꿈꾼다.
서점 사장님들과 이야기 몇 마디 해보는 게 로망이었고, 서점 오픈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는 왜 그렇게 서점 사장님들이 멋있어 보였는지,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떨리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서점을 오픈하고 서점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기쁜 일이다.

기쁘게 소개할 첫 번째 서점은 화정동의 ‘사이시옷’(광주시 서구 화정로260번길 9)이다. 커피 향기가 가득한 카페의 공간과 주인장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서점의 공간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화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사이시옷은 그 길을 걷다가 봐도 ‘여기다!’ 한눈에 알 정도로 아이보리 빛깔의 예쁜 2층 주택이라 눈에 띈다. 알록달록 손글씨 입간판부터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커피 머신, 곳곳의 테이블, 가지런하게 꽂혀 있는 책들.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커피와 책을 좋아하는 나답게 오픈하자마자 가고, 지인들과 가고, 인터뷰를 하러 또 왔다. (서점 주인장도 단골 서점이 있다?!)



사이시옷은 전직 방송작가인 김지연 책방지기의 두 번째 서점이다. 사이시옷을 단독으로 오픈 전 마음이 맞는 방송작가 언니들과 작업실 겸 책방 ‘삼삼한 책방’을 2년 가까이 운영했었다. 경험을 토대로 탄탄한 북 카페를 새롭게 연 거다. 처음 책방을 시작할 때는 ‘책을 좋아하니까 책도 팔고 방송 작업도 하자’ 쉽게 시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맞다. 단순히 책이 좋아 시작한 서점 사장님들이 대부분 하는 이야기다. 하루 종일 매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오고 책방을 알면서 쭉 운영을 할 수 있는 거다.

1년을 운영하다 보니 함께 시작한 언니들은 그만두게 되고, 책방지기는 오히려 욕심이 생겨서 계약기간 만료일 때 첫 서점을 정리하고, 책과 어울리는 커피, 책과 자연스러운 북 카페를 선택했다고 한다. 현재는 동생과 든든한 동업자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이시옷의 2층 주택을 인테리어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모임 공간이었다. (저도, 러브앤프리도 그런데 말이죠) 카페와 분리되어 모임 할 수 있는 공간을 2층에 마련했고, 카페이지만 책방의 역할도 같이하고 있어, 책이 부각될 수 있게 책장을 눈에 잘 보이게 인테리어 했다고 한다. 대관은 꽤 많이 하고 있다. 대관의 인기가 높아져 내가 운영하는 서점 러프앤프리에서 독서모임을 하는 팀들도 찾는다고 한다.(오잉?)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서 전국적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동네 책방들이 생기고 있다. 책만 파는 서점에서 이제 음료를 파는 서점은 어떠한지 물었다. 오프라인 서점의 단골은 3개월에 한 번만 와도 단골이라 이야기한다. 책방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매번 와서 책을 구매하기는 힘들다. 차 마시는 건 부담이 없기에 단골손님들도 편히 오시고, 지나다가 카페로 알고 오셨다가도 책을 보고 제목에 끌려, 사고 싶었던 책이 있어 구입해 가신다고 한다. 오히려 책 구입은 서점만 운영할 때보다 늘었다고 하니 나도 고민해볼 만하다.(영업전략?!)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책 전시.
서점 사장님들도 책을 팔면서 더 많은 책들을 알게 되는데, 사이시옷도 마찬가지다. 사이시옷은 손님들 덕에 그림책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주택가라서 젊은 엄마들이 많이 오고, 그림책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오신다. 그런 분들이 그림책을 추천해 주셔서 입고를 하게 되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카페 한켠에 그림책 속의 그림들을 전시 하게 됐는데 꽤 괜찮다. 동네 책방만의 매력일까. 찾아오는 손님들과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

전시는 ‘물개 할망’이라는 그림책의 일부였는데, 그림도 좋고 내용도 좋아 출판사를 통해 신청을 했다고 한다. 책과 음료를 파는 곳에서 그림 전시라니. 처음 오시는 손님들도 단골손님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찾아간 나도 한참을 파란 바다를 보게 하는 전시였다.(조심스레 판매 권수를 물어봤다. 음. 우리 서점도 해야겠다) 5월에는 광주 동네 책방과 함께 광주 5·18관련 도서 문장 전시가 채워지고, 앞으로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시공간으로 내어주고 싶다고 한다. 공유의 벽이라니 참 좋다. 앞으로 어떤 작품들이 걸릴지 궁금해진다. 현재의 동네 서점의 매력이다. 책만 파는 기능을 넘어 전시, 음료, 모임 등이 함께 이뤄지는 작은 복합문화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사이시옷의 공간이 꽤 넓다. 사장님의 최애 테이블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처음부터 찜해 놓은 자리가 있다고 했다. 창 쪽으로 테이블이 되어 있는 자리였다. 방송작가로 글 쓰는 작업을 하다 보니 큰 창 앞에서 일하는 게 로망이었다고 하는데, 나무 흔들리는 것도 보고, 고양이 지나가는 것도 보고, 앉아 있으면 생각에 잠기기도 좋은 자리라고 했다. 그러다 잠이 들기도 하는 자리.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주인장도 아끼는 자리가 있는 것처럼 사이시옷은 자리마다 특색이 있다. 제일 큰 테이블에는 그림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자주 앉고, 콘센트가 가깝게 되어 있는 자리는 노트북족, 혼자 오시는 분들은 주인장의 최애 자리에,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계단 옆자리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러 오는 손님들이 앉는다. 특히, 밤이 되면 고양이들이 지나가는 게 보이는 자리라서 젊은 여자 손님, 아이와 동반한 가족은 고양이를 보면서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자리다.

사이시옷 사장님은 어디서에서 힘을 받아 서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을까? 가끔 책을 추천 해 달라고 수줍게 말씀하시는 손님들에게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별거 아니지만 서로 대화하면서 어떤 책이 마음에 들지 찾아가는 것이다. ‘소설 좋아하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이 책은 이런 내용인데 어떠세요?’ 특별히 많은 말은 하지는 않지만 정해지지 않은 한 권의 책을 손님과 대화하며 책장에서 찾아가는 것. 소소한 기쁨이 되고, 소소한데 책방을 운영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 듣는 말들도 있다. ‘그래 가지고 먹고살겠어요?’(나 역시도. 어쩜 이렇게 듣는 말들이 비슷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현재 생각하는 대로 직진하고 싶다고 한다. 어느 순간 지칠 날도 있겠지만, 지금 좋아하는 일을, 가능할 때까지는 책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하는 사이시옷 사장님. 책을 좋아하는 고객님이 소중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아늑한 공간, 커피 향기 가득한 곳에서 책을 읽고 싶다면, 화정동에서 자매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시옷’을 추천한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지금 시기, 파란 바다 가득한 그림책 전시로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건 덤이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이시옷’이 추천합니다>

박완서 선생의 방대한 중단편소설 가운데 전국 동네 책방 지기들의 투표로 선정된 4편이 수록된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박완서’(박완서·문학동네)는 읽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인권 변호사 김예원이 전하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현실 인권 이야기인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김예원·이후)는 장애인권을 대하는 저자의 시선에서 내 안의 차별과 편견을 돌아보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사이시옷 스테디셀러인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미경·남해의 봄날)에는 전국의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들의 사계절이 한 권의 책에 아름다운 펜화와 애정 어린 글로 담겨 있다. 몸도 마음도 지친 당신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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