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이 무섭다는 편견 바꿔봐요”
‘행복한 동행’ 반려동물과 함께하시개 <6> 대형견 라온이와 견주 성혁씨
키 70㎝·몸무게 40㎏ 골든리트리버 ‘라온’
사람 잘 따르고 온순 …똑똑하고 침착해
사료·용품 등 비용 소형견의 두배 이상
공격적 편견과 달리 순한 견종 많아
2020년 03월 27일(금) 00:00
“퇴근 후 집에 도착해 라온이를 보는 순간 하루동안 힘들었던 것이 모두 사라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요. 라온이의 거대한 덩치와 거기에서 느껴지는 웅장한 포스, 통통한 발바닥을 보면 정말 오집니다.”

광주시 동구 산수동의 한 주택. 그곳에는 대형견 라온이와 그의 주인 김성혁(31)씨 가족이 살고 있다.

골든 리트리버라는 이름처럼 부드럽고 윤기 있는 황금색 털을 갖고 있는 5살 라온이는 키 70㎝, 몸무게 40㎏의 거대한 체구를 자랑한다.

2015년 11월 라온이와 처음 만난 성혁씨는 막 군대를 전역한 상태였다. 그 당시 실연의 아픔과 외로움을 느끼면서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던 그는 지인의 권유로 태어난지 3개월 된 라온이를 입양했다. 누군가가 항상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성혁씨는 라온이를 만나 다시 행복하고 활기찬 삶을 살게 됐다.

“라온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지금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작았어요. 그 조그만게 낯선 곳에 와서는 엄청 긴장하고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죠. 막 데려왔을 때가 추운 겨울이라 마당에서 키울 수가 없어 그해 겨울은 제 방에서 데리고 지냈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가족들보다는 저와 애착이 더 강한것 같아요.”

부드럽고 윤기 있는 황금색 털을 갖고 있는 라온이는 몸무게 40㎏의 대형견으로 주인 김성혁씨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라온이는 온순하지만 물건을 입에 물면 놓지 않고 물고 있기를 좋아하는 고집 센 장난꾸러기다. 장난감 공, 뼈다귀 간식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는 라온이는 식탐도 엄청나다. 한 겨울 내리는 눈을 뭉쳐서 줘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사료값, 간식값이 만만치 않게 든다. 생 닭다리, 개껌, 사슴정강이, 애견용 육포, 얼음, 바나나, 삶은계란 등 다양한 간식을 먹는 라온이때문에 간식값이 사료값보다 많이 들때도 있다.

라온이의 특기는 또 있다. 바로 성혁씨에게 안기면서 품으로 파고드는 것. 성혁씨는 “외출했다가 들어오거나 어딘가에 앉는 순간 라온이가 큰 덩치를 들이밀면서 파고 든다”며 “주인이 좋아서, 장난치고 놀아달라는 표현인 줄은 알지만 40㎏짜리 대형견이 몸 위로 올라오거나 기댈 때면 무거워서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힘든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라온이를 한 번씩 씻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골든 리트리버는 긴 털이 온 몸에 덮여 있어서 샴푸부터 마무리까지 털 구석구석 씻기고 건조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해도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성혁씨는 이러한 단점도 있지만 라온이의 똑똑한 점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골든 리트리버는 머리가 좋고 똑똑한 개로 알려져있다. 특히 라온이가 처음 성혁씨 집에 와 그의 방에서 자던 날, 성혁씨는 라온이에게 배변패드를 가리키며 “이곳에 대·소변을 봐야한다”고 가르쳤다. 그 이후로 라온이는 마당에 나가서 지내는 순간까지 단 한번도 다른곳에 실수를 한 적이 없다.

라온이의 명석함을 알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집 앞 골목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도 민감하게 짖던 라온이가 어느날 자신을 보고 예뻐서 어쩔줄 몰라 하는 배달원을 한번 만나더니 그 뒤로는 오토바이 소리에 절대 짖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배달원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학습된 것이다. 성혁씨는 “라온이는 한번 가르쳐 준것, 제대로 인식 된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며 “순간순간 라온이의 똑똑함에 놀랄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낯선사람이라도 자신을 예뻐하는 사람을 보고 경계심이 풀어질 때면 혹여라도 따라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라온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조절하기 위해서 하루에 한번은 꼭 산책을 한다는 성혁씨는 대형견에 대한 편견으로 불편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

“라온이가 대형견이다보니 산책할 때 마주치는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위협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대형견이라고 해서 다 사납고 무조건 공격하려고 달려드는 건 아니예요. 특히 라온이는 큰 덩치와는 다르게 굉장히 소심하고 순한 아이예요. 그런데 라온이가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소리지르면서 피하거나, ‘왜 이렇게 큰 개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냐’는 등의 비매너적인 언행을 겪을 때마다 속상합니다. 아무 잘못없는 라온이한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요. 둥글게 말씀해 주시면 기분 좋게 피해드릴 테니 조금만 자제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성혁씨는 라온이와 함께 지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아이가 매 순간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온이는 현재 5살, 사람 나이로 치면 35살 정도다. 그는 라온이가 더 나이들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고, 라온이와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중에 라온이가 죽고 없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요. 유전병 등 건강관리도 잘 해주고 운동도 많이 시키고, 좋은 곳도 많이 데리고 갈 생각이예요.”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대형견 키울 때 주의하세요

#. 운동량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고 근육량도 많아 매일 적당한 운동은 필수. 운동이 부족하면 쌓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어 결국 문제행동으로 발전하게된다. 1일 최소 1시간 산책을 해주는게 좋다. 1회 1~2시간씩 총 2회가 가장 바람직하다. 가능하다면 리드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노는 시간을 만들어주는것도 중요하다.

#. 식사량

체격이 큰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형견들은 기본적으로 엄청 잘 먹는다. 보통 하루에 필요한 식사량은 강아지 체중을 40으로 나눈 값이다. 매일 먹는 사료를 많이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지출이 많다는 뜻이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고려를 해야한다.

#. 사육공간

대형견 중에 털이 길고 잘 빠지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집 여기저기에 털이 날리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청소를 깨끗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대형견은 변도 크고 소변의 양도 많기 때문에 냄새에 대한 문제도 케어가 필요하다.

#. 훈련

짖는 소리가 일반적으로 너무 크기 때문에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보다는 마당이 있는 넓은 집에서 키우는 편이 좋다. 하지만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서 키워야 한다면 훈련에 몇 배는 더 신경을 써야한다. 대형견이기 때문에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나 짖는 소리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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