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감성·공동체…마음을 살찌우는 52권의 책
전남대 기초교육원 책 읽기 문화 확산 ‘전대愛(애)서 52’ 선정
‘코스모스’ ‘그리스인 조르바’ ‘82년생 김지영’ ‘넛지’ 등 52권
시대변화·미래사회 가치 등 의미있는 책 위주…‘52’는 개교년도
‘코스모스’ ‘그리스인 조르바’ ‘82년생 김지영’ ‘넛지’ 등 52권
시대변화·미래사회 가치 등 의미있는 책 위주…‘52’는 개교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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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통섭’, ‘엔트로피’, ‘그리스인 조르바’, ‘82년생 김지영’,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넛지’, ‘소년이 온다’….
위에 열거한 책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들이다. 시대의 변화뿐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를 함의하고 있는 의미 있는 책들이다.
전남대 인재상인 ‘세상에 빛이 되는 바른 사람’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을 고려해 학생과 교수, 구성원 등의 의견을 조사해 결정했다.
차성현 기초교육원장은 “1년이 52주인데 1주에 1권씩 책을 읽으면 52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1달에 1권씩만 읽어도 4년이면 52권을 거의 읽을 수 있다”며 “가급적 학생들이 한주에 한권씩 책을 읽고 졸업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 원장은 “이전에는 학교에서 고전 100선 읽기를 운영했는데 분량도 많은데다 고전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딱딱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이번 52권은 상당 기간 조사를 거친 후, 이를 토대로 다시 선정 과정을 거쳐 엄선했다”고 덧붙였다.
52권의 도서는 ‘창의’(우주과학·뇌과학·역사·수학·경제학·인문학 등), ‘감성’(소설·철학·미술·시·음악 등), ‘공동체’(사회사상·도시공간·교육학·환경학·지리학 등) 역량으로 분류되며 영역별 17권씩이 선정됐다. 마지막 1권은 지난해 ‘올해의 한 책’으로 선정된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심리학)로 구성됐다.
선정된 책들의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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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창의’ 분야 가운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눈에 띈다. 우주의 탄생과 은하계의 진화 나아가 외계 생명의 존재 여부 등을 다양한 사진, 일러스트레이트를 곁들여 흥미롭게 전달한다. 저자 칼세이건은 세계 최대 우주 동호 단체인 행성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21세기를 통섭의 시대라고 한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의 사상을 집대성한 ‘통섭’은 인간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지녔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는 자연과학과 인문, 사회과학의 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당위로 연계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세계관부터 현대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 등에 이르는 지식의 대통합 과정에서 인간의 지적 모험을 아우른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는 가용 에너지를 초과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엔트로피란 ‘물질이 열역학적 변화를 일으킬 때 변화된 온도를 열량으로 나눈 값으로서, 쓸 수 없게 된 에너지’를 뜻한다. 저자는 지구 자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는 저(低)엔트로피 세계관을 역설한다.
‘감성’ 분야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선정됐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책으로, 자유인 조르바의 영혼의 투쟁을 형상화한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젊은 지식인이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거침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라는 자유인을 소설로 전이시켰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다룬 장편 ‘82년생 김지영’도 포함됐다.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여성들과 그들의 삶에 드리워진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그렸다. 페미니즘이라는 화두를 생각하게 하는 한편, 30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은 “모든 것은 놀이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놀이를 천박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는 우리 문명은 놀이에서 생겨나고 놀이로 발전해왔다는 견해를 견지한다. 책의 이면에는 진정한 문명은 놀이 요소가 없는 곳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공동체’ 분야에서는 리차드 칼러의 ‘넛지’가 눈에 띈다. 공동체 속에서 자기설계역량을 어떻게 하면 발휘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책으로 전통경제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의 ‘넛지’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의 실수는 편견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다양한 예시로 설명한다.
광주 5·18을 그린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중학생 소년의 죽음을 모티브로 한다. 작가는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과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이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이밖에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등이 선정됐다. 한편 전남대는 이번 52권 도서 선정은 코로나 사태로 갇힌 일상을 독서로 풀어가보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