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창·매독·콜레라…인류는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나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지음, 이규원 옮김
2020년 03월 20일(금) 00:00
코로나 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위생관리를 해야 하는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안토니누스역병, 두창, 매독, 결핵, 콜레라, 나병, 장티푸스 등. 위에 열거한 어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인류가 공포에 떨었던 전염병이다. 이밖에 스페인독감, 전두엽절제술, 소아마비도 무서운 질병이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였다. 국경 폐쇄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등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유행성 질병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발병될 것이다.

인류는 전염병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미국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라이트’가 펴낸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는 전염병에 시달려온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역사를 소환한다.

책에는 익숙한 전염병부터 생소한 감염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들이 소개돼 있다. 흑사병으로 일컫는 가래톳페스트, 두창이라 부르는 천연두도 있으며 기면성뇌염 등 낯선 전염병도 있다. 또한 전염병이 창궐했을 당시의 상황과 전개과정,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했는지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전염병이 창궐하는 주 원인은 무엇일까. 책을 번역한 이규원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감염의 위험이 커졌고, 항공산업의 발달로 고속·대량의 이동이 가능해져 확산의 위험이 증대되었다. 지구 온난화는 병원체 폭증의 위험을, 공장식 밀집 축산은 병원체 변이의 위험을, 무분별한 개발은 미지 병원체 접촉의 위험을 높였다.”

사실 작금의 시대는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는 호기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전염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천명한 것처럼, 20세기 이후 에볼라출혈열, 에이즈, 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이 출현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역병 가운데 흑사병이 있다. 가래톳페스트는 단순히 페스트라고 불리지만, 저자는 이를 선(腺) 페스트의 개념으로 본다. 가래톳은 림프샘이 부푸는데 겨드랑이, 생식기, 목 부분에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에 걸리면 “골프공 크기의 불쾌스러운 갑상샘종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가래톳은 일반적으로 “벼룩에 물리면서 전파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특정 쥐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라 불리는 박테리아를 옮긴다. 그리고 함께 산다”고 덧붙인다. 결국 쥐가 죽으면 벼룩은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를 숙주 대상으로 삼는다.

천연두라 불리는 두창은 40도까지 열이 나고 구토를 동반한다. 저자는 두창에 걸린 에스파냐인 한 사람이 이 질병은 1525년경 잉카 사회에 들여왔다고 본다.

“오늘날 두창은 두창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염되념 약 40도까지 열이 나고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그 후 발진이 생겨 투명한 액체나 고름이 차 있는 울퉁불퉁한 농포로 바뀐다.”

나병은 성경에도 언급돼 있을 만큼 무서운 질병이다. 오늘날 다른 역병과 같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무서운 감염병이었다. ‘열린 상처나 콧속 점막을 통해 체내에 침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걸리지 않는다.

“상처로 인한 감염 때문에 나환자는 사라진 손가락, 손, 혹은 발과 관련지어졌다. 세균 자체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세균은 근육을 약화시켜 기형을 초래한다. 예컨대 나환자의 손은 보통 갈고리 모양이다. 손의 근육이 약해져서 손가락을 펼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유사 이래 가장 미화된 전염병은 결핵이다. 19세기 여배우 엘리사 라셸 펠릭스, 시인 키츠 등 예술가들이 잘 걸리는 질병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결핵은 사회적 계급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세균이 인간의 성격이나 수입을 따져 침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책은 질병 퇴치나 백신, 치료법보다 일반인들에게 던지는 경각심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오늘의 상황을 함께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위기가 닥쳤을 때 문명이 제대로 굴러갈지 아닌지는 과학자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산처럼·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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