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베를린·뉴욕 … 7개 도시 문방구 탐방기
나의 문구 여행기 - 문경연 지음
2020년 02월 07일(금) 00:00
‘아무튼, 문구’를 쓴 김규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로 ‘문구인’을 발견하고 아주 흡족해한다. 각종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문구인’이라는 이름이 나 역시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마다 낯선 도시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을 듯하다. 미술관, 박물관 같은 규모가 큰 공간 뿐 아니라 이름 있는 카페를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고 오래된 가게를 탐방하는 이들도 있다. ‘문구인들’은 당연히 문방구를 방문하고 그 곳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나의 문구 여행기’를 쓴 저자 문경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통이 세 개이던 중학생, 공부보다 쪽지 쓰기에 더 열중했던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로 번 돈 절반을 문구류에 쓰던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지금은 ‘문방구 주인’이 됐다.

책은 제목처럼 세계 7개 도시 27개 문방구를 찾아 떠난 문구 여행기이면서, 여행을 통해 자신을 만난 기록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는 여느 20대처럼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싼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게 된 그녀는 67일간 떠난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문구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며 여정을 시작한다.

여행에 유용한 문구 마스킹 테이프, 클립과 집게, 스프링 노트 등을 챙겨 넣은 그녀의 첫 여행지는 ‘예술이 쏟아지는 도시’ 파리. ‘문구 덕후’들의 사랑을 받는 ‘종이 호랑이’라는 뜻의 디자인 스튜디오 ‘파피에 티그르’에서 노트와 엽서를 만나고 루브르 박물관 지하 쇼핑센터의 문방구 ‘덴포닉스’로 발길이 이어진다.

또 ‘기록광을 위한 도시’ 베를린과 강렬한 원색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바르셀로나, 연필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펜슬 엔터프라이즈’를 방문한 뉴욕, 상하이, 도쿄의 다양한 문방구도 만날 수 있다.

그녀가 묘사하는 문구는 근사하다. “제 몸보다 큰 무엇인가를 붙이기 위해 힘을 모으는 스티커, 몸을 깎아 나의 실수를 지워줄 지우개, 나의 손이 닿기 전까지 책임지고 맡은 것을 보관해 줄 집게와 클립, 말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줄 편지지와 엽서”처럼 말이다.

저자는 또 추억이 어린 스티커와 학종이 등 먼지 쌓인 문구를 손에 넣을 때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며 ‘우리 동네’ 문방구 탐방도 권한다. 그녀가 전해주는 ‘문구여행의 기술’을 따라 직접 두발로 다녀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녀가 콕 찍어온 문구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문구인은 행복하다. 책 뒤쪽에는 방문한 세계 각국 문구점의 홈페이지도 함께 실었다.

문구여행을 마친 후, 4개월 뒤 창업한 그녀는 직접 디자인 한 문구를 판매하는 문구 브랜드 ‘아날로그 키퍼’를 운영하고 있다. <뜨인돌·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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