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극복기
2020년 01월 07일(화) 00:00
‘대2병’을 아시나요? 대학교 2학년부터 겪는다고 하여 ‘대2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중2병’ 다음으로 무서운 병이라고 한다. 요즘 내가 이 병을 앓고 있다.

첫 번째 증상은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진로 설정에 대한 무한 굴레에 빠지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직업과 내가 할 수 있는 직업,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직업, 이렇게 큰 세 가지 부류로 나눠 고민하고 있다. 세 가지의 교집합이 되는 직업이 없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은지 비교하고, 어느 하나를 놓치기도 싫고, 또 다시 의문이 들어 목표를 정할 수가 없다.

두 번째 증상의 경우 주위 사람과 나의 스펙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대학교 1학년 때에는 대학생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취업과 관련된 것은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이후 대학생 라이프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지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살벌한 취업 전쟁을 마주하게 됐다.

가끔씩 학과에서 취업을 한 선배를 초청해 특강을 한다. 대부분 특강에 초청된 선배들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 선배들의 특강을 들을 때마다 선배의 스펙과 현재 나의 스펙을 비교하며 ‘나는 왜 이렇지? 이것밖에 안 돼?’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선배들의 취업 성공기와 조언은 이미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내게 부족한 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나면 우울함과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른바 ‘번 아웃’에 빠지는 것이다.

‘번 아웃’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의욕 상실 등에 빠지는 현상이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귀찮고 어떤 상황이 돼도 의욕이 없었다. 이로 인해 한때 불면증이 생겼고, 대인 관계마저 악화될 뻔했다.

하루는 이런 나를 보다 못했는지 아는 언니가 밥을 사주며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좋은 것이라고 말해도 그게 자신을 망가뜨리는 거라면, 나는 단호하게 좋지 않다고 말할 거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보다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 봐”라는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은 기숙사에서 늦은 밤까지 혼자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답일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응원이 되는 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찾았다.

우린 같은 세상(世上)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 수만큼 다른 세계(世界)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각자의 세계를 만들고 있어서 서로 잘나고 못나고 비교하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해보고 싶다’라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했을 때 생겼던 스트레스도 덜해졌다.

솔직히 아직까지 나를 평가하며 무시하고 판단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주눅이 든다. 그럴 때마다 ‘예전에 나를 괴롭히던 채찍을 다시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대신에 ‘난 내 길을 가고 있는 거야. 괜찮아’라고 내면의 나에게 말한다. 마치 주문을 걸 듯,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또 건넨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 괜찮아요. 늦어도, 조금 빨라도 굽이굽이 돌아가거나 생각지도 못한 길이 튀어나와도 틀린 길은 없어요. 자신을 믿고 응원하면서 초조해하지 말아요’라고.

그리고 취업이 전부인 시대에 살고 있는 대학생들을 그저 스펙만으로 그들의 대학 생활을 평가하고, 비교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하고 싶다. ‘취업이 전부인 현실을 우리가 만든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책임으로 만들어진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끔은 위로의 말을 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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