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2020년 01월 06일(월) 00:00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2020년 경자년 (庚子年)도 설렘과 기대 속에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끝날과 마찬가지로 첫날에 의미를 두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일 년 365일 첫날과 끝날 못지않게 나머지 363일도 똑같이 귀한 날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삶의 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선택과 여정의 중요성을 노래한 시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꺾이어/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흔적이 적어 아마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수없이 만나게 되는 삶의 갈림길에서 매 순간 옳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가 그렇고, 태어남과 죽음 등도 그러한 예다. 그에 반해 진학이나 직업·이사·결혼·친구 등은 선택 여하에 따라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타인의 시선과 편견 등으로 원하는 꿈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이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정답이 없기에 그만큼 선택의 문제가 중요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길로 비유되는 우리 인생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있다. 올해 2020년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 보는, 원하는 삶을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고, 나로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그래서 한 해를 마치는 세밑에 이르러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나 안타까움이 없었으면 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나는 한숨을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숲속으로 두 갈래 길이 나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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