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배우가 만드는 ‘시민 영화제’를 상상한다
2019년 12월 04일(수) 04:50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3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차별적 상황과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 담론을 주도하며 우리 삶의 모습도 바꿔가고 있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보고서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딸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을 생각하며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는 우리 삶을 바꾸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중문화 예술이다.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제8회 광주 독립영화제는 ‘촛불, 마스크, 다시 광주’라는 주제로 열리는데, 79일간의 홍콩 시위를 기록한 작품 ‘10년’을 개막작으로 장·단편 영화 34편이 상영된다. 폐막작으로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의 노력을 다룬 ‘나고야의 바보들’이 선정됐다. 독립영화제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우리 사회와 역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시대 의식을 다룬 작품들이다. 이 또한 우리 공동체의 삶의 모습을 보다 인간이 행복해지고, 인권이 신장하는 길로 만드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문화 단체인 ‘희망문화 협동조합’은 시민 연극 교실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최근 ‘우송씨의 주부 일기’라는 연극을 시민 배우들이 작품을 쓰고, 연기하여 공연을 하였는데, 생활 속의 양성 평등 사회를 다룬 내용이다. 또 광주 문흥동에 있는 ‘연극마을 문화공동체 협동조합’은 일신아파트에서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의 지하 공간을 활용해 ‘마을 소극장’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연극과 공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광주 광산구 본량동에서는 작년에 신흥마을 주민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 필름에이지와 힘을 합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배우로 출연한 ‘소원꽃’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여 ‘도농 더하기 축제’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이런 많은 노력들은 모두 우리 생활 속에서 연극과 영화를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공동체의 행복을 밝히는 시도들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배우가 되거나, 영화 스크린으로 올라가는 상상을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실제 마을 영화 ‘소원꽃’을 준비하고 있는 주민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필자는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보였다. 이렇게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영화들이 ‘아시아 문화전당’ 스크린에 올라가고, 지역 극장들에서도 상영이 된다면 그 감동이 훨씬 커질 것이다.

5·18의 시민 참여 정신을 문화 도시에 반영하고자 하는 광주 문화 도시 사업은 이렇게 시민들의 삶의 현장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해서 시민들이 직접 배우로 나서고, 지역의 문화 산업 단체들이 지원하면서 시민 영화를 만들고, 그 시민 영화들이 아시아 문화전당과 지역 극장에 상영될 수 있는 범시민적 기획을 해 보면 좋겠다. 그 소재들은 우리 시대와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일정한 가치적 담론을 담은 내용이면 좋겠고, 그 영화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역사 발전으로 한단계 전진하는 성과를 남기길 바란다.

자치단체나 문화재단에서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하고, 시민들의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시민주 동참도 이끌어 내고, 기업들의 사회 공헌도 함께하여 범시민적 축제로 갔으면 좋겠다. 특히 다양한 시민 운동 현장과 마을 공동체의 아기자기한 내용들이 다루어지면 더욱 감동이 클 것이다. 시민 영화제 공모로 지역 시민단체나 마을 공동체, 직장 모임 등에서 응모하게 하고, 선정된 공동체와 문화 전문 기관들이 협약을 맺어 시나리오와 배우 및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아시아 문화전당을 비롯한 지역 극장과 공동체 현장에서 상영하게 한다. 선정된 작품들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함께 공유되면 더욱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인생이 영화가 되고, 다시 그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가는 노력들이 매년 쌓여 가면 광주는 시민들의 삶이 비약적으로 행복해지는 체감 효과를 누리게 되고, 새로운 문화 산업의 블루 오션을 만들어 문화 교육과 창조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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