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 수준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2019년 11월 27일(수) 04:50
대한민국의 국제 경쟁력은 참으로 놀랍게 발전해 왔다. 경제적이나 문화적인 발전을 물론 시민들의 정치 의식 또한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국회의원들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이 체계적으로 정치 문화를 습득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의 삶을 통해 축적된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을 정치 무대에서 펼침으로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발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후보자들이 정치 무대에 진입하여 각자의 의견을 표현하고 교환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들 각각의 생활에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고 그것이 국민의 생활에 기준이 되게 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식민사관에 의하면 과거 조선은 치열한 당파 싸움에 의해 망했다고 한다. 몽고의 침입과 왜적의 침입에 대해서 당파 싸움을 하였고 이런 당쟁에 의해 국론이 분열되어 조선은 경쟁력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게 사실일까? 지금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게 사실일 것 같다. 언론은 조국 사태와 지소미아(GSOMIA) 논쟁을 통해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당쟁이 없고 국론 분열 없이 국민의 의견이 일치되면 그 나라나 민족은 번영하게 되는가?

당쟁은 곧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당쟁이 없는 것은 곧 일당 독재나 독재 국가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되었다는 미국을 보자. 참으로 치열하게 싸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도 사회 복지나 외교 등에 대해서 의회 내부끼리 또는 의회와 대통령이 끊임없이 비난하고 다툰다. 협상과 결렬이 반복되다 끝내는 합의한다. 미국에서도 의회의 예산 승인이 거부되어 행정부가 일정 기간 업무를 못하고 문을 닫기까지 했다. 이에 반하여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춘 중국은 어떠한가. 당쟁이 없고 시위도 없고 국론이 하나로 뭉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으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은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 의원 내각제의 정치 제도이기 때문에 수시로 선거는 치러지지만 아베는 독재자처럼 오래 정권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잘 뭉치는 민족이고 가미카제처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기에 개인적인 정치 욕구가 자제된다. 그래서 일본의 정치 수준은 세계적인가?

병자호란을 다룬 ‘남한산성’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조판서 최명길은 몽고에 항복하는 것이 치욕이지만 결국 백성을 살리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왕이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후세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모두 죽는다 해도 결코 항복할 수는 없다고 맞선다. 끝까지 자신의 논리로 주장하고 설득한다. 목숨을 걸고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인조는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당시 감동했던 것은 각자 치밀한 근거와 배경을 나열하며 치열하게 논쟁하는 점이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집중해 인조를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 수준은 조선 시대보다 더 미개한 수준이다. 자신만의 논리도 없고 치밀한 설득의 전략도 없고 같은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한 번 더 금배지를 달고 개인적인 입신양명을 하는 것에만 욕심이 있다. 병자호란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당과 야당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인정하고 결정된 법에 의해 각자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백화점에서 가전제품 선택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제품일 것, 내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할 것, 고장이 잘 나지 않아야 할 것, 몇 년을 써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 등과 같은 구매의 기준이 있는 것처럼 선거에서 정치인을 선택할 때도 유권자들은 각자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가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게 하지 않으면 누가 자신의 정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는가? 억지 부리고 싸우고 국회를 문 닫게 하고 논리 없는 주장을 하고 국익보다는 자신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태를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임금 앞에서도 자신의 논리를 굽히지 않는 당당한 민족성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다양한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우리의 문화는 또 다른 경쟁력이다. 이제는 정치를 바꿀 때다. 국민의 수준에 어울리는 정치인을 골라내야 한다. 언제까지 지역주의를 고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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