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왜곡·군사정부선 축소… 잊혀진 거국적 항일투쟁
일제가 왜곡·군사정부선 축소…잊혀진 거국적 항일투쟁
조선총독부 자료 그대로…전국적 독립운동 지역 운동으로 축소
서훈자 발굴·유적 복원…체계적 조사·연구 100주년 플랜 나서야
2019년 11월 04일(월) 04:50
3일 광주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제90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일제 강점기 광주에서 시작된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이후 최대 독립운동이자 민족운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거국적인 항일투쟁임에도 굴곡진 역사 속에 9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도록 그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의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기리고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미약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우여곡절의 역사, 위상 재정립 필요=학생독립운동기념식은 교육청 차원의 소규모 지역 행사로 치러지다가 지난해야 정부 주관으로 열리게 됐다. 이는 그동안 일제가 식민 통치를 위해 그 역사를 끊임없이 축소·왜곡하며 조작한 것은 물론, ‘나주에서 촉발되고 광주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정권 성향에 따라 굴절되거나 억압당해왔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은 물론, 지역에서도 그 역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이 지난 5∼8월 광주 초·중·고생 39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9.2%만이 기념일을 알고 있었다. 광주에서 조직적으로 학생 독립운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도도 45.4%에 불과했다.

특히, 국내 초등 교과서에서도 여전히 학생독립운동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참여학교를 194개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이는 조선총독부 자료를 인용한 잘못된 기록으로, 광주시교육청 조사결과 320여개 학교가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광범위한 정부 학술조사를 통해 교과서에 학생 독립운동을 정확하고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학생독립운동에는 전국 5만4000여명이 참여해 1600여명이 일본 검·경에 붙잡혔고, 광주에서만 170여명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학 582명, 무기정학 2330명, 강제 전학 298명 등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국 수천 명의 학생이 일제의 탄압을 받았지만,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사람은 327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가 적극적으로 서훈자 발굴에 나서면서 최근 1년 사이에 추가된 인원이 75명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주의 계열 인사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주도하다 4년간 옥살이를 한 장재성(광주고보 졸업생) 선생조차 해방 이후 행적을 문제 삼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퇴학자 명단 등 자료를 수집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인사도 공훈을 인정하는 등 서훈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가올 100주년 마스터 플랜 수립 나서야=현재 광주지역 학생독립운동 관련 유적지는 1928년 건립된 전남여고 본관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광주에서조차 그날의 함성과 숨결을 느끼고 시위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유적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보훈처가 지정한 학생독립운동 사적지는 ▲옛 광주역터(현 동부소방서) ▲광주 토교 터(현 대인시장 동문다리 입구) ▲4개 학교 터(현 광주일고·현 전남여고·전 광주농업학교·전 전남사범학교) ▲김기권 문방구 터(현 금남공원) 등 7곳이다. 지역 학계와 관련 단체들은사적지를 비롯해 흥학관 등을 면밀한 고증과 조사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덧붙여 유적지가 모인 광주 구도심에 ‘학생독립운동 역사 문화 거리’를 조성하는 등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과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관심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하다.

특히, 현재 광주에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419’와 ‘518’ 시내버스는 다니고 있으나, 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한 ‘1103’ 버스는 없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측은 “버스번호만 놓고 보더라도, 광주시와 정부가 그동안 학생독립운동 발상지 관리와 그 정신을 계승하는 일에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면서 “상징성 차원에서라도 관련 유적지를 연결하는 1103번 버스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협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도 “그동안 학생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조사나 학술적 연구가 미진해 320여 개에 이르는 참여학교 조차도 자신들의 학생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광주·전남을 넘어 시야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다른 지역에서의 학생 독립운동을 주제로 조사와 연구 및 공훈사업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의 핵심사업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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