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수소시범도시 조성’ 차질 빚나
국토부 공모 가이드라인 갖춘 자치단체 한 곳도 없어
최고 생산량 여수도 난색…수소산업중심지 다짐 무색
2019년 10월 24일(목) 04:50
여수를 ‘수소시범도시’로 조성하고 전남지역을 ‘국가 그린수소산업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는 전남도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정부가 한 도시 안에 수소 생산·저장·이송·활용이 모두 이뤄지는 ‘수소 생태계’를 갖춘 수소 시범도시 조성을 위한 공모에 나섰지만 공모 기준을 갖춘 전남지역 자치단체가 전무한데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역도 없어서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국토부가 최근 공고한 ‘수소 시범도시 조성’을 위한 공모 가이드라인에 적합한 기준을 갖춘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토부는 도시 내 3∼10㎢ 면적을 주거·교통 분야 수소 활용 기술을 테스트할 ‘수소 시범도시’로 지정하는데, 공모 가이드라인에 맞는 여건을 갖춘 전남지역 도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중에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연료전지, 수소 충전소, 통합운영 플랫폼 등 핵심인프라를 실증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공동주택(시범도시에서는 필수), 상업건물, 단독주택, 공공시설 등에서 개별 건축물 단위로 연료전지(용령 1~440㎾)를 설치하고 전기, 냉·난방 등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전남 22개 지자체에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공동주택이 한 곳도 없다는 게 전남도 설명이다.

국토부는 “아파트 뿐 아니라 500세대 규모의 빌라 등도 무방하고 신규 조성 계획을 제시해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 반발을 감안하면 수소를 연료로 하는 공동주택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남도 설명이다.

전남지역 수소 시범도시 조성 예정지로 전국 최고 수준의 부생수소 생산량(전국 2위)을 갖춘 여수조차도 난색을 표하며 시범도시 공모에 나서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남도가 지난 5월 수소산업 잠재력을 바탕으로 ‘국가 그린 수소산업 중심지’로 도약을 다짐하며 여수에서 ‘수소 경제 선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한 게 무색할 지경이다. 전남도가 부생수소 생산기지인 여수산단과 인접한데다, LNG 공급망을 갖춰 수소의 저장·활용이 용이한 점을 들어 여수를 ‘수소시범도시’로 조성하려는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수 뿐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들도 수소 시범도시 조성을 위한 공청회나 기존 아파트 연료를 수소로 대체하기 위한 주민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점을 내세워 시범도시 응모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전남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전남도는 앞서 여수를 비롯한 동부권에 수소연료전지 및 부품·소재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한편, 권역별로 중부권을 그린수소에너지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고 서부권에는 그린수소 생산·실증단지를 구축해 오는 2022년까지 ‘국가 그린수소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그린수소산업 중심지’ 조성계획은 전남의 핵심 현안인 ‘블루 이코노미’의 6개 핵심 프로젝트 중 최우선 리스트에 올라있는 ‘블루 에너지’의 세부 플랜인데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와 연관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전국 지자체, 공공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수소시범도시 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25일부터 신청을 받은 뒤 12월 중 3곳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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