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 이비인후과 박준희 교수] 임파선, 목에 혹이 만져진다면 … 다각적 진료로 원인 찾아야
몸 전신에 500~600개 분포 … 150~200개 목에 위치
부어 있다면 초음파·CT 통해 림프절의 상태 파악 중요
2019년 09월 23일(월) 04:50
초음파를 이용해 임파선을 진료하는 모습. <조선대병원 제공>
#. 40대 회사원 A씨는 몇 주 전부터 반복되는 목에 부은 임파선으로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흔히 주변에서 면역 능력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생긴 혹이라는 말을 듣고 방심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영상 검사 및 조직 검사에서 암은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 60대 교사 B씨는 우측 목에 만져지는 임파선 혹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후두암이 목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 대기중이다.



◇임파선이란=우리 몸에 혈액과 비슷한 조직액(림프액)이 흘러 다니는 길을 임파관(림프관)이라고 하고, 임파관의 길목 곳곳에 있는 정류장 같은 곳을 바로 임파선(림프절)이라고 한다. 임파선은 림프절이나 임파절과 같은 말이며 한자식 표기이다.

임파선은 우리 몸 전신에 500~600여 개가 분포돼있고, 이중 3분의 1인 150~200개가 목에 위치하고 있다.

목의 임파선이 붓는 원인은 크게 염증과 종양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내염, 편도염 등의 염증 질환이 있다면 해당부위 주변 림프절이 붓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입술 옆에 단순 포진만 생겨도 경우에 따라서는 턱밑에 위치한 임파선이 붓고 통증이 생기면서 턱밑 멍울이 만져진다. 이런 경우는 대개 휴식과 간단한 약물치료로 호전되지만 결핵성 림프절염, 기쿠치병, 바이러스성 림프절염 등 다양한 원인의 림프절염과 감별이 필요하다.

목에 임파선이 붓고 만져진다면 환자의 나이, 동반증상, 통증 유무 등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림프절이 만져지는 위치와 만져지기 시작한 시기를 의사가 파악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만약 우연히 거울을 보거나 샤워를 하면서 림프절이 만져진 것을 알았을 때, 그 증상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조금 지켜볼 수 있지만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었다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최근 갑자기 커졌다고 하면 이 또한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 할 수 있다.

임파선 크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목에 혹이 만져지는 위치이다. 흔히 목에 림프절이나 혹이 만져지면 갑상선암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병원 방문을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목에는 갑상선이외에도 임파선, 침샘, 근육, 혈관, 신경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갑상선만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경우 다른 중요한 질환을 놓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부임파선 커지면 반드시 후두내시경 검사를=우리나라는 갑상선암의 유병률이 높아 갑상선암에 대한 초음파 검사 등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반면에 임파선에 대한 검사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부임파선이 커져 있을 때는 반드시 편도, 인두, 후두 등의 목 안쪽 상태를 후두내시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특히 40대 이상에서는 목의 림프절이 심한 통증 없이 붓는다면 악성림프종이나 경부 전이암 등의 가능성을 꼭 염두해야 한다. 경부 전이암의 경우에는 어떤 장기에서 연관돼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부 림프절 종대는 수개월간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 암이 아닌 경우는 증상을 추적 관찰하면서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조건 항생제를 남용 또는 암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림프절이 커져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단추는 전문의가 만져본 후 초음파, CT 등을 통해 림프절의 크기, 위치, 상태를 파악한 후 조직검사를 시행한 것이다. 특히 경부 초음파는 방사능의 위험이 없고 얼마든지 반복 검사를 할 수 있으며 1~2㎜ 크기의 매우 작은 병변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피부에 흉터를 남기는 절개생검보다는 초음파를 보면서 미세한 바늘로 림프절 일부를 채취하는 조직 검사가 진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염증으로 인해 림프절이 부은 경우는 항생제를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하면 대부분 증상이 자연히 좋아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결핵으로 인해 목의 림프절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이 사실이 조직 검사로 확인되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고 장기간 결핵약을 복용해야 한다.

조선대병원 이비인후과 박준희 교수는 “목에 림프절이 오랫동안 부어있다면 경험이 풍부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과 영상검사,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스트레스에 노출이 심한 40대 이상의 경우에는 면역계 저하에 따른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신체 다른 부분의 원인도 고려하는 세심한 진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말했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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