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주 색깔 바꾼 ‘디자인비엔날레 레거시’
시청사 앞 ‘미래도시 광주:기원’ DJ센터 ‘평화의 빛’ 등
도시 환경 맞물린 조형물, 실용화 중심 산업화 전환 성과
2019년 09월 16일(월) 18:29
201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로 디자이너 멘디니와 광주공간건축사사무소가 공동설계한 캐노피 ‘빛의 꽃’. 광주 송정역 출입구에 설치돼 있다.
 ‘휴머니티(HUMANITY:Human+Community)’를 주제로 한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막을 올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디자인비엔날레는 단순한 전시의 장을 넘어 삶을 위한 공공예술로 성장하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시작은 지난 2005년이다. 이후 2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고 있는 디자인비엔날레는 14년간 7차례의 행사를 통해 다양한 유산을 남기며 광주의 변화를 가져왔다. 문화광주의 색깔을 바꾼 디자인비엔날레 레거시를 만나본다.

 국제행사를 치르고 나면 늘상 따라오는 과제가 있다. 레거시 활용에 대한 방안 마련이다. 여수엑스포나 평창동계올림픽,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국내에서 치러진 국제 행사들은 대회를 위해 건립했던 수많은 건축물에 대한 사후 활용방안이 과제로 뒤따랐다. 스포츠 경기장의 경우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될 수 있지만 일부의 경우 관리 등의 이유로 제한이 따르기도 한다.
 올해로 8회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9.7~10.31)의 경우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지닌 행사이기 때문에 이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시됐던 작품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숙제가 남는다. 단순히 전시로만 끝나지 않고 디자인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은 전문가들은 물론 대회를 치른 도시의 시민들도 관심을 갖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이라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상업화를 더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그동안 치러오면서 남겨진 다양한 디자인 조형물들은 문화광주의 색깔을 바꾸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당시 디자인도시 광주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시청사 앞에 설치한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미래도시 광주기원’

 ◇도시환경 바꾼 대형 조형물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광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공공디자인을 남기겠다는 의지는 1회부터 시작됐다.
 2005년 1회부터 4회까지는 환경을 주제로 한 조형물이 도시에 남겨졌다. 광주시청사 앞의 ‘미래도시 광주:기원’이나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의 ‘평화의 빛’ 4회때 옛 광주읍성 둘레길에 설치된 11개의 광주 폴리 역시 도시환경과 맞물린 조형물들이다. 이후 광주비엔날레재단과 디자인센터가 공동 추진했던 5회 때는 공공 서비스디자인의 실용화를 중심으로 행사가 치러졌고, 광주디자인센터가 맡아 진행하던 6회부터는 전시의 산업화 전환이 주요 성과물로 남는다.
 가장 먼저 언급할 유산은 2005년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남긴 조형물이다. 국제 디자인도시 광주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시청사 앞에 설치한 ‘기원’.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1931~2019)의 디자인비엔날레 출품작이었던 ‘미래도시 광주: 기원’은 이후 광주의 상징조형물로 시청사 앞에 영구 전시되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거물인 멘디니는 당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기원’은 높이 16m, 지름이 10m인 7개의 모빌식 철제기둥인 대형 조형물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고 시간에 따라 음악과 조명이 변하는 환경 오브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에 만난 ‘기원’은 마침 ‘여름옷’인 물방울 무늬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 작품은 사실 계절별로 옷을 바꿔 입어야 하지만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작비 7억5000만원을 전액 지원한 이 작품은 한때 철거논란도 있었지만 광주의 상징물로 시청앞 광장에 굳건하게 전시되고 있다. 특히 멘디니가 지난 2월 87세의 나이로 별세하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유작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작가는 생전 광주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201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도 ‘프루스트 의자’를 출품했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접하던 의자지만 한국적인 조각보를 덧입혀 친숙함을 추가했다. 행사기간 내내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광주 송정역 4번 출입구에 설치된 캐노피 ‘빛의 꽃(Light Flower)’역시 디자이너 멘디니가 남긴 작품이다. 201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로 멘디니와 광주공간건축사사무소가 공동 설계한 ‘빛의 꽃’은 폭 10m, 길이 13.5m, 높이 6.75m의 캐노피(비가림 덮개)로, 꽃잎을 활짝 벌린 꽃봉오리를 닮은 아치형 터널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형형색색 빛나는 둥근 창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멘디니는 ‘빛의 꽃’에 대해 “송정역은 호남고속철도로 광주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밟게 되는 곳이며, 광주 방문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캐노피에 활짝 핀 꽃 모양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그의 바람대로 ‘빛의 꽃’은 송정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문화광주’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는 ‘평화의 빛’이 세워져 있다. ‘2007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앞서 세계디자인평화선언을 기념하기 위한 조성한 상징조형물인 ‘평화의 빛’은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잉고 마우러가 제작했다. 5·18 정신을 기리기 위해 15.18m에 직경 2m 높이로 만들어졌다.
 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소용돌이 물기둥을 형상화 한 작품은 광섬유와 LED, 천연 광물질, 고밀도 아크릴을 혼합한 신소재 ‘코리안(corean)’을 사용했으며, 물기둥의 주름에 광섬유를 심어 은은한 조명을 연출했다. ‘평화의 빛’점등식 당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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