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살아있다
2019년 08월 28일(수) 04:50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습관이다.”

지난해 여름 끝자락,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입구에 도착하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명언이 새겨진 표지석이 눈에 띄었다. 그 뒤에는 책을 펼쳐 놓은 듯한 기하학적인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1층에는 커피숍, 제과점, 편의점, 서점 등이 들어서 있어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화려한 쇼핑몰을 보는 듯 했다. 옛 마포구청사를 리모델링한 마포중앙도서관은 ‘이유있는 변신’에 힘입어 공공도서관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별천지’다. 2800㎡(약 850평)으로 구성된 복층구조, 13m 높이의 대형서가 3개, 5만 여 권이 넘는 도서 등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이 탄성을 자아낸다. 매일 오전 10시30분 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어도, 또는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비움과 기다림, 삶을 충전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책 읽는 풍경이다. 쇼핑몰, 백화점, 수족관 등이 들어서 있는 코엑스몰의 한켠에서 바깥 세상과 담을 쌓은 듯 책장을 넘기는 수백여 명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책의 해’를 기념해 취재한 국내외 선진 도서관들은 그동안 ‘접했던’ 지역의 도서관들과는 사뭇 달랐다. 접근성에서부터 시설, 프로그램까지 시대의 변화를 리드해가는 콘텐츠는 ‘열람실=도서관’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독서강국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시민들의 문화쉼터이자 지식놀이터였다. 화려한 조명과 컬러풀한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이 부럽지 않았다. 1층 로비의 에스컬레이터 옆 야외전시장에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내걸렸고 지하 1층에 꾸며진 어린이 섹션에선 동화구연과 마술쇼 등이 펼쳐졌다.

지난달 다녀온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21세기 도서관의 ‘지존’(至尊)다웠다. 지난 2011년 국제설계공모에서 당당히 1등으로 당선된 재독 한국인 건축가 이은영씨가 설계한 이곳은 오롯이 책과 사람이 도드라지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화이트톤으로 내부인테리어를 마감한 게 특징이다. 특히 로마의 판테온과 한국의 마당에서 영감을 받은 건물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씻어주는 명상의 사원이기도 하다. CNN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선정할 만큼 건물 자체가 도시 브랜드다.

최근 광주시장 직속 혁신추진위원회가 지역 공공도서관의 역할과 비전을 담은 ‘문화도시, 광주도서관정책 재정립’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 광주에는 23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지만 주로 수험생들의 열람실으로 운영돼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모름지기 도서관은 한 도시의 지적 수준과 시민의 행복지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국내외 선진도서관들에서 찾은 공통점도 다름 아닌 ‘라이프러리’(Life와 Library 합성어)였다. 즉, 독서가 일상이고 문화인 꿈의 도서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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