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남도택리지] 목포천혜의 자연경관과 맛있는 음식… 목포에서 놀다가련다
영혼이 거쳐간다는 ‘유달산’
시내 전경·다도해 경관 한눈에
4129㎞ ‘목포대교’ 일몰 장관
자연이 만든 조각 ‘갓바위’ 천연기념물
기름기 많은 뱃살은 회로 나머지는 찜으로
담백한 ‘덕자’ 두가지 요리 동시에
2019년 08월 27일(화) 04:50
‘목포 2경(景)’으로 꼽는 목포대교 일몰. 목포 시조(市鳥)인 학 두 마리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돼 있는 갓바위는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이다. <김동수작, 목포시 제공>


덕자회와 덕자찜. 덕자는 병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맛은 좀 더 담백하다.


1897년 10월 1일 자주적으로 개항한 목포는 ‘근대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낭만 항구’로 변모했다. 목포시는 지난 4월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맛의 도시’로 선포했고, 6월에 국내에서 16번째 ‘국제 슬로시티’(Slow City)로 인정받았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일제강점기 근대역사문화를 품은 목포, 해양레포츠 관광도시 목포의 멋과 맛, 흥(興)속으로 빠져보자!



◇유달산과 목포대교 야경 장관

‘항구 도시’, ‘맛의 도시’ 목포는 힐링의 도시로도 손색이 없을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한 청년을 사모한 세 여인이 죽어 학이 되었고 그 학이 떨어져 죽은 자리가 섬이 되었다는 삼학도, ‘사랑의 섬’ 외달도, 북항 노을공원, 목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유달산까지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목포의 자랑이기도 하다.

목포 관광의 첫 번째는 유달산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유달산 정상에 오르면 목포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영혼이 거쳐가는 곳’이라고 해서 ‘영달산’이라고도 부르는 유달산은 노령산맥의 가장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땅 끝인 산이다. 대학루와 달성각, 유선각, 소요정 등 많은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엉으로 바위를 덮어 군량미처럼 가장해 왜군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는 이순신 장군의 설화가 전해오는 노적봉(露積峯)도 유달산의 명소 중 한 곳이다.

목포시내 전경과 다도해의 경관을 보기 위해서는 역시 유달산에 올라야 한다. 해가 질 무렵을 택해 오르면 어스름한 풍경과 야경까지 두가지 멋을 모두 취할 수 있다. 유달산 등산로는 2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40분 소요)는 유달산 입구에서 달성각-유선각-마당바위-일등바위까지 이르는 2㎞ 코스, 2코스(20분)는 유달산 입구에서 소요정을 지나 이등바위까지 오르는 1㎞ 구간이다. 등반이 싫다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유달산 둘레길을 걸어도 좋다.

올 가을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되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호사를 누릴수도 있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북항 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를 거쳐 다시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섬까지 이르는 국내 최장 3.23㎞ 케이블카다. 당초 지난 봄 개통 예정이었으나 연기된 후 9월 개통할 계획이다.

유달산에는 유달리 바위가 많다. 일등바위는 유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울뚝불뚝한 바위들이 뒤엉켜 웅장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오래전, 사람이 죽으면 이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은 뒤 이등바위로 옮겨져 대기하고 있다가 극락세계로 가는 영혼은 3마리의 학(삼학도)이나 고하도 옹머리의 용을 타고 가고, 용궁으로 가는 영혼은 영달산(유달산)에서 조금 떨어진 거북선에 있는 거북이 등에 실려 용궁으로 간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등바위는 이름 그대로 유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웅장한 일등바위와 달리 동그란 탑처럼 생겼다. 이등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광이 장관이다. 해질녘 올라 차분히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불이 밝혀지며 또다른 목포의 모습이 드러난다. 환히 밝혀진 목포시내와 다도해를 배경으로 길게 이어진 목포대교의 야경은 ‘여수 밤바다’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2012년 완공된 목포대교는 총 연장 4.129㎞ 너비 35~40m로 목포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교량이다. 주탑과 케이블의 모양은 목포의 시조(市鳥)인 학 두 마리가 목포 앞바다를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목포대교의 일몰은 2경(景)에 선정되기도 했다.

삼학도는 세 개의 섬이 아담한 다리로 연결되어 공원을 이루고 있다. 수로를 따라 1.5㎞ 구간의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으며, 어린이 바다과학관과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 이난영 공원도 함께하고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갓바위’는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돼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인 갓바위는 해가 저물때 석양이 바위에 비춰지면서 아름다운 노을빛을 선물한다. 예전에는 갓바위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가야 했지만 지금은 바다 위에 보행교가 설치돼 있어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목포의 맛’ 덕자찜과 보리굴비

목포가 자랑하는 맛 ‘덕자’는 바다 생선이다. 몸집이 큰 병어를 전라도 사투리로 덕자라고 한다지만, 정확히는 덕자와 병어는 같은 생선이 아니다. 4월부터 9월까지가 제철이다.

“낙지와 쭈꾸미가 생긴 건 비슷해도 다르듯이 병어와 덕자도 조금 다릅니다. 지느러미 가장자리 부분이 병어보다 조금 더 검고 꼬리 지느러미가 좀 더 길어요.”

목포시교육청 인근에서 14년째 덕자요리 전문점 ‘소도’를 운영하고 있는 김애정씨가 알려주는 덕자에 대한 정보다. 원체 병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병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회 맛으로 치자면 병어는 고소하고 덕자는 좀 더 담백하다.

소도에서는 덕자 회와 찜을 세트로 먹을 수 있다. 생선이 크다 보니 한 마리로 두 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회는 기름기가 많은 뱃살을 이용한다. 회는 쌈배추와 깻잎에 싸 먹거나 양파와 먹어도 좋다. 초고추장이나 쌈장보다는 참기름 섞은 된장을 곁들이는게 더 맛있다. 밥을 조금 추가하면 고소한 맛까지 더해진다. 비린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병어보다 덕자회가 더 맛있다는 이들도 많다.

덕자찜은 매콤하게 요리된다. 시래기와 감자, 무를 깔고 덕자와 갖은 양념을 더해 조린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맛을 더한다. 매콤하게 요리했지만 생선살만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몸집이 크다 보니 알도 제법 실하다. 두툼한 생선살은 시래기와 함께 먹고 국물에 남겨진 살 부스러기들은 숟가락으로 떠서 밥에 얹어먹는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덕자 요리에 이어 ‘맛의 도시’ 목포에서 가장 먼저 보리굴비를 선보였다는 정통일식 전문점 ‘수담’을 찾았다. 14년째 같은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목포해양대학교 인근 바닷가에 자리한 이곳은 맛도 맛이지만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뷰가 먼저 합격점이다.

메뉴는 점심 특선인 ‘보리굴비 정식’. 야채 샐러드와 문어·멍게·개불·소라·새우 등 해산물이 한 접시, 생선회, 오징어회무침, 홍어삼합이 기본으로 등장한다. 회무침이나 생선회는 계절에 따라 재료가 바뀌기도 한다.

‘수담’에서는 영광에서 염장한 굴비를 가져온 다음, 다시 수담에 맞게 손질하는 과정을 거친다. 건조가 부족하다 싶으면 옥상에서 바닷바람에 다시 건조시키기도 하고, 짜다 싶으면 며칠씩 쌀뜨물에 담가 물을 갈아주면서 짠기를 완화시키기도 한다.

보리굴비는 가시를 발라내고 손님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먹음직스럽게 준비돼 나온다. 일반 굴비보다 크기가 제법 크다. 밥과 큰 대접에 얼음을 띄운 녹차물이 큰 대접에 담겨 있고 밥과 밑반찬도 함께 차려진다.

물에 말아진 밥을 한 숟갈 뜨고 보리굴비 한 점 얹어먹으면 어느 순간 밥 한 그릇이 ‘순삭’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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