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은암미술관 장준하 선생 44주기 추모 판화전 찾은 장남 장호권 씨]“민주열사들 죽음의 진실 밝혀져 편히 쉬었으면”
1975년 등산 중 의문사...독재정권 상징 대표적 사건
박정희 독재 반대 운동 연대...홍남순 등 광주 인사들과 인연
2019년 08월 26일(월) 04:50
지난 23일 광주시 동구 은암미술관이 마련한 고 장준하선생 유가족 초청행사에서 장 선생의 장남 장호권(오른쪽)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은암미술관 제공>
“아버지 죽음의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습니다. 인권도시 광주에서 뜻깊은 전시가 열려 아버지를 재조명하고 관심을 불러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23일 광주시 동구 은암미술관을 방문한 고(故) 장준하(1918~1975) 선생의 장남 장호권(70)씨는 고인의 전시를 기획한 이동환 작가와 은암미술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5일부터 오는 2일까지 장준하 서거 44주기 추모 판화전 ‘이동환 : 가슴에 품은 돌베개’ 전시를 열고 있는 은암미술관은 이동환 작가와 조씨를 초청해 장준하 선생 일대기와 광주와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씨 내외를 비롯한 윤재걸 전 동아일보 기자, 전청배 전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장준하 선생은 지난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군 약사봉에서 등산하다가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고인의 죽음은 독재정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의문사다. 장 선생은 숨지기 5일 전 광주에서 홍남순 변호사와 시국에 대해 논의하는 등 광주와 인연이 깊다. 그는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반대 투쟁을 펼치며 김대중, 홍남순 등 호남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때 장준하 선생의 죽음은 실족사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1985년 윤재걸 전 기자가 작성한 ‘추적 - 장준하 그 의문의 죽음’ 기사가 보도되며 현재까지 타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사망경위를 조사했으나 자료 부족 등으로 ‘확인불가’로 결론내렸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장준하 의문사’를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호권씨는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뜻있는 분들이 아버지 죽음을 규명하려 애썼지만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며 “아버지 뿐 아니라 5·18 행방불명자 등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의문사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이날 동구 궁동 홍남순 변호사 자택(5·18 사적지 제 29호)을 방문해 선친의 광주 행적을 되돌아 봤다. 홍 변호사 자택은 오랜 기간 방치돼 곳곳에 균열이 있고 녹이 슬어 방문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장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홍 변호사님의 집을 보니 더욱 애틋하다”며 “부디 5·18 진상규명이 빨리 이뤄져 홍 변호사님 같은 민주열사들이 편히 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은암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동환 : 가슴에 품은 돌베개’ 전시는 장준하 선생의 자전적 수기 ‘돌베개’의 내용을 연작 판화 135점으로 풀어냈다. ‘돌베개’는 장준하 선생이 1944년 일본군에서 탈출, 임시정부 광복군에 투신하기까지 6000리 대장정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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