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주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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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치러진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둔 것이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고쳐 쓰고’ ‘빌려 쓰는’ 철저한 예산 절약으로 8171억 원에 달했던 총 사업비를 6172억 원으로 줄였다. 2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 데다 300억 원의 잉여금을 남겼다. 보기 드믄 흑자 대회였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선수촌은 도심 재생 방식으로 풀어 냈다.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해 선수촌으로 활용한 뒤 시민들에게 분양했다. 경기시설도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끈질긴 협상 끝에 신축을 최소화했다. 65개 시설은 개보수해 사용하고 부족한 시설은 인근 지자체의 도움을 받았다. 수영장, 양궁장, 다목적체육관, 테니스장 등 4개 경기장만 새로 짓거나 증축했다. 재활용률은 95.7%에 달했다.
개·폐회식에는 직전 대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13억 원만 투입하고도 국내외의 극찬을 받았다. 시상대와 메달 받침대까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에서 물려받아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국제 대회 사상 가장 알뜰한, ‘자린고비 대회’로 이름을 남겼다. 경기 성적도 좋았다. 한국은 리듬체조 3관왕 손연재와 2관왕을 거머쥔 광주 출신 ‘신궁’ 기보배 등의 선전에 힘입어 U대회 사상 최초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 지자체가 유치한 국제 행사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가 이어지면서 애향심과 공동체 의식이 돋보인 대회였다. 대회의 MVP는 단연 ‘광주 시민’이었다. 끌로드 루이 갈리앙 FISU 회장은 “광주가 전설을 썼다”라고 극찬했다.
어느새 4년이 훌쩍 지난 하계유니버시아드의 감동을 오늘 되새기는 것은, 광주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이 대회는 하계·동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가(Mega)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들 행사를 모두 치른 나라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뿐이다. 따라서 광주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의 스포츠 강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세계수영대회는 단일 종목이긴 하지만 주목도가 아주 높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의 경우 전 세계에서 39억 명이 티비 중계를 시청했다고 한다. 규모도 크다. 국가 대표들이 참가하는 광주 선수권 대회(7월 12일~28일)에는 194개국에서 선수, 임원, 심판진 등 7507명이 등록을 했다. 참가국이나 선수 모두 역대 최대다. 동호인들을 위한 마스터즈 대회(8월 5일~18일)에도 84개국에서 5400여 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이번 대회도 ‘저비용 고효율’로 치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국제 대회를 치른 세계 주요 도시들이 막대한 시설 유지 비용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다. 소요 예산은 운영비 1304억 원, 시설비 732억 원 등 2036억 원으로 최소화했다. 6개 경기장 가운데 주 경기장인 남부대 시립 국제수영장과 염주종합체육관은 개보수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시 시설로 구축해 사업비를 절감했다. 임시 시설은 대회 후 철거되기 때문에 사후 운영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선수촌 역시 노후한 송정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마련했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 또한 뜨겁다. 8600여 명의 신청자 가운데 선발된 3000여 명의 자원봉사단은 통역, 의전, 안내 등 31개 분야에서 대회 진행을 돕게 된다. 경기장 응원과 관광 안내 등을 지원하는 시민 서포터즈는 1만여 명으로 꾸려졌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27m 높이에서 ‘찰나의 승부’를 보여 줄 하이 다이빙과, 여수의 아름다운 밤바다에서 펼쳐지는 오픈 워터 수영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설렘과 기대 속에 세계 각국 선수단과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수영연맹(FINA) 관계자들이 속속 입국하면서 지구촌 수영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이다.
여기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평화를 선도해 온 광주에서 인류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실현할 이벤트는 북한 선수단의 참가다. 비록 엔트리 마감일까지 등록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훈풍이 북한의 참가로 이어지기를 광주 시민들은 마지막까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 대회는 또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 비엔날레 등 ‘문화 도시’ 광주의 콘텐츠와 남도의 맛과 멋을 알리는 데도 더없이 좋은 장이다.
따라서 손님맞이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무더운 여름철에 치러지는 만큼 선수와 관람객들이 행여 폭염이나 감염병·식중독·안전사고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광주는 지난 U대회 당시 중동발 메르스(MERS) 사태 속에서도 한 명의 감염 환자 발생 없이 완벽한 방역 체계를 유지한 저력이 있다.
한편으로 U대회의 경우 크나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선수촌 사용료를 놓고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대회의 유산을 이어가는 레거시(Legacy) 사업은 여태껏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대회가 시민들의 긍지이자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념사업 역시 알차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수영대회는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회이자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스포츠 행사이다. 광주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회로 성공시키려면 대회 기간 범정부적인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
개최지 결정 이후 6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은 한 달여의 대회 기간에 판가름 날 것이다. 광주시와 조직위 그리고 시민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성공적인 ‘평화의 대제전’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그리하여 나눔과 연대, 대동(大同)의 ‘광주 정신’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보여 주자.
개·폐회식에는 직전 대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13억 원만 투입하고도 국내외의 극찬을 받았다. 시상대와 메달 받침대까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에서 물려받아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국제 대회 사상 가장 알뜰한, ‘자린고비 대회’로 이름을 남겼다. 경기 성적도 좋았다. 한국은 리듬체조 3관왕 손연재와 2관왕을 거머쥔 광주 출신 ‘신궁’ 기보배 등의 선전에 힘입어 U대회 사상 최초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새 4년이 훌쩍 지난 하계유니버시아드의 감동을 오늘 되새기는 것은, 광주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이 대회는 하계·동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가(Mega)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들 행사를 모두 치른 나라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뿐이다. 따라서 광주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의 스포츠 강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세계수영대회는 단일 종목이긴 하지만 주목도가 아주 높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의 경우 전 세계에서 39억 명이 티비 중계를 시청했다고 한다. 규모도 크다. 국가 대표들이 참가하는 광주 선수권 대회(7월 12일~28일)에는 194개국에서 선수, 임원, 심판진 등 7507명이 등록을 했다. 참가국이나 선수 모두 역대 최대다. 동호인들을 위한 마스터즈 대회(8월 5일~18일)에도 84개국에서 5400여 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이번 대회도 ‘저비용 고효율’로 치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국제 대회를 치른 세계 주요 도시들이 막대한 시설 유지 비용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다. 소요 예산은 운영비 1304억 원, 시설비 732억 원 등 2036억 원으로 최소화했다. 6개 경기장 가운데 주 경기장인 남부대 시립 국제수영장과 염주종합체육관은 개보수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시 시설로 구축해 사업비를 절감했다. 임시 시설은 대회 후 철거되기 때문에 사후 운영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선수촌 역시 노후한 송정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마련했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 또한 뜨겁다. 8600여 명의 신청자 가운데 선발된 3000여 명의 자원봉사단은 통역, 의전, 안내 등 31개 분야에서 대회 진행을 돕게 된다. 경기장 응원과 관광 안내 등을 지원하는 시민 서포터즈는 1만여 명으로 꾸려졌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27m 높이에서 ‘찰나의 승부’를 보여 줄 하이 다이빙과, 여수의 아름다운 밤바다에서 펼쳐지는 오픈 워터 수영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설렘과 기대 속에 세계 각국 선수단과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수영연맹(FINA) 관계자들이 속속 입국하면서 지구촌 수영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이다.
여기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평화를 선도해 온 광주에서 인류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실현할 이벤트는 북한 선수단의 참가다. 비록 엔트리 마감일까지 등록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훈풍이 북한의 참가로 이어지기를 광주 시민들은 마지막까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 대회는 또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 비엔날레 등 ‘문화 도시’ 광주의 콘텐츠와 남도의 맛과 멋을 알리는 데도 더없이 좋은 장이다.
따라서 손님맞이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무더운 여름철에 치러지는 만큼 선수와 관람객들이 행여 폭염이나 감염병·식중독·안전사고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광주는 지난 U대회 당시 중동발 메르스(MERS) 사태 속에서도 한 명의 감염 환자 발생 없이 완벽한 방역 체계를 유지한 저력이 있다.
한편으로 U대회의 경우 크나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선수촌 사용료를 놓고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대회의 유산을 이어가는 레거시(Legacy) 사업은 여태껏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대회가 시민들의 긍지이자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념사업 역시 알차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수영대회는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회이자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스포츠 행사이다. 광주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회로 성공시키려면 대회 기간 범정부적인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
개최지 결정 이후 6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은 한 달여의 대회 기간에 판가름 날 것이다. 광주시와 조직위 그리고 시민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성공적인 ‘평화의 대제전’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그리하여 나눔과 연대, 대동(大同)의 ‘광주 정신’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보여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