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일, 축제를 즐기자!
2019년 07월 10일(수) 04:50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아쉬웠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광주세계수영대회·7월12일~28일) 이야기다.

10여 일간 떠난 독일 출장길, 현지에서 접한 세계수영대회 관련 기사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다. 취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CNN을 켜면 스포츠 뉴스는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이나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혹시나 하고 끝까지 시청했지만 역시나, 였다.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5대 메가스포츠로 꼽히는 이벤트 이건만 독일에서의 ‘존재감’은 도통 없었다. 물론 내가 모든 스포츠뉴스를 모니터한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독일은 수영인구와 인프라가 풍부한 전통적인 수영강국이다. 때문에 체류기간중 광주세계수영대회 관련 뉴스를 적어도 1~2꼭지 정도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광고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개막 준비 등을 소개하는 홍보기사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귀국길에서도 이런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발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내리던 날, 출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면서 여기 저기 둘러봤지만 수영대회를 홍보하는 광고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회 개막이 코 앞인데도 너무나 ‘조용’했다.

어쩌면 이는 예견된 결과일지 모른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13년 7월 바르셀로나에서 광주로 개최지가 결정된 이후 근 6년간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예산 지원에서부터 대기업 스폰서 유치, 행사 홍보 등 모든 면에서 홀대를 받았다. D-100일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수영대회 조직위원회의 속을 태운 건 예산확보였다.

실제로 대회위상으로 보면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비해 앞서지만 예산은 6170억원의 27% 수준인 2244억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5.2%, 단일종목으로 비슷한 성격의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대회와 비교해도 62.8%에 불과한 편이다. 말하자면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로 치러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렇다고 여건 탓만 할 수는 없는 일. 광주는 이미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시킨 저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다행스럽게도 광주세계수영대회 개막 D-2일을 앞둔 현재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속속 선수촌에 입촌하면서 축제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평화의 물결속으로’(Dive into Peace)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문화광주의 매력을 부각시킨 개폐막식과 다양한 특별기념전, 공연 등 예술이벤트로 꾸며진다. 특히 개막식의 주제인 ‘빛의 분수’는 미디어아트와 전통문화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계의 젊은이들이 광주에서 합류(合流)하는 감동의 무대로 펼쳐진다. 스케일 보다 ‘퀄리티’로 정면 승부하겠다는 광주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축제의 완결은 즐기는 자들의 몫일 터. 올 여름 세계 스포츠사에 기억될 ‘광주의 기적’은 다름아닌 우리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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