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코를 박고 사는 사회
2019년 06월 26일(수) 04:50
아침이면 카톡 소리에 눈을 뜬다.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온 손녀 사진이 도착한 것이다. 이어서 영상 통화를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서울에 사는 손자보다 외국에 있는 손녀가 더 가까이 있는 듯하다. 새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연결돼 소통하는 ‘초연결 사회’임을 실감한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의 진화와 발전이 일상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명절이면 친척끼리 모여 덕담을 하거나 윷놀이로 시간을 보내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세 살짜리 손자도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좋아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지식 혁명으로 이어져 종교 개혁과 프랑스 혁명처럼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듯이 인터넷과 휴대 전화가 온통 세상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식탁에서도 핸드폰을 옆에 두어야 마음이 놓이는 세상이다. 디지털 기기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게 현대인의 삶이 되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가 단숨에 인간의 필수품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시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상상을 초월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편리성 때문이다. 유튜브와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접촉과 스토리텔링으로 인간들의 체취를 공유할 수도 있다.

마이클 해리슨 교수는 10대들이 휴대 전화에 코를 박고 있는 걸 보면 ‘서로 이를 잡아주는 원숭이’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웃 간인데도 승강기 안에서 인사는커녕 들어서자마자 휴대 전화부터 꺼내는 젊은이들로 넘친다. 그뿐인가. 운전을 하다 보면 건널목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휴대 전화에 눈이 팔려 차오는 줄도 모르고 길을 건너는 젊은이들도 종종 본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게임과 같은 과도한 사이버 미디어의 사용으로 대인 관계에 불편을 느끼거나 주변인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에 더 몰입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소통을 위한 소셜 미디어가 오히려 외부와 불통하는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나없이 SNS상에서 친구는 넘쳐나는데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을 나눌 진짜 친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아는 사람이 늘수록 되레 외로움은 커지는 역설의 시대다. 언제 연락이 끊겨도 딱히 섭섭해 하지 않을 얕고 넓은 친구 맺기에 연연할 뿐이다.

통신망에서 ‘펌 글’ 혹은 ‘퍼 옴’이라는 것들을 자주 본다. 디지털 매체의 특징 중 하나가 검증받지 않은 정보가 쉽게 복사되어 확산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정보는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자기 확신을 더욱 강화하는 ‘확증 편향’의 문제는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진실 여부를 묻지 않고 단톡방을 통해 ‘카더라 통신’을 달고 사는 디지털 소외 계층 노인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 한 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중·고교 휴대폰 사용 제한 완화 권고 이후 초등학교를 포함한 상당수 중·고등학교에서 스마트폰에 빠진 학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이에 걸맞게 건강한 네트워크를 만드는데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따라서 형식적인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이 아닌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공간을 계획적으로 제한하도록 지도하는 학교 교육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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