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형 건국초등학교 교장] 주차 공유와 공동체, ‘혁신 교육’ 기회가 되길
2019년 06월 20일(목) 04:50
빛고을 혁신 학교인 우리 건국초등학교는 나눔과 배려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바른이’, 꿈과 끼를 자신의 빛깔로 펼쳐가는 슬기로운 ‘굳센이’, 밝고 건강한 삶을 실천하는 당당한 ‘튼튼이’라는 교육 목표를 두고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어느덧 혁신 학교 4년차에 이르면서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학생과 학부모들도 함께 소통하고 협력한 결과,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걸맞은 미래의 인재상을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 과정의 다양화·특성화가 필요하다는 ‘혁신’의 가치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첨단 2지구 신도시 조성 이후 인구 유입에 따라 2014년 개교한 신생 학교로, 학교 주변은 아파트 및 원룸 등의 대단위 주택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학교 주변의 주차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주차 공간은 부족하고 집집마다 한두 대씩은 기본이다 보니 차량들이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아이들의 통학로까지 점령할 지경에 이르렀다. 통학길 아이들이 인도 주차 차량을 피해 도로 위를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통학로에 차량이 없으면 아이들이 훨씬 안전할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때마침 학교 주차장을 야간 시간대 개방해 달라는 북구청의 요청이 왔다. 흔쾌히 승낙하기는커녕 걱정이 앞섰다. 혹시 교내 주차된 차량으로 아이들이 사고가 나진 않을까?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오면 위험할 수 있을 텐데.. 현행 규정상 학교의 모든 안전 사고며 시설물 관리 책임을 교장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갖 걱정이 앞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통학길 인도 위 불법 주차 차량과 야간에 텅 빈 학교 주차장을 보면서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과연 학교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최우선의 방법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북구청 관계 부서에서 면밀히 수립한 개방 주차장 관리 및 안전 관리 대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문인 북구청장님의 학생 학습권 보장과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의지를 확인한 뒤 주차장 개방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마음이 들었다.

오히려 학교의 높은 담장을 낮추고 지역 사회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 혁신 교육의 일환이며, 이를 계기로 아이들이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고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 학교 특성상 교장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기에 전 교직원과 회의를 거쳤고 학교운영위원회임원, 학부모회, 독서토론회, 녹색학부모회 회장 등 학부모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학교가 지역 사회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날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진정한 교육이라는 데 모두 뜻을 같이하였고, 결국 ‘주차장 개방’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개방을 결정하였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학교의 주인은 우리 교사나 학부모가 아닌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자기들의 공간을 함께 나누어 주는 것인 만큼,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주민들이 정해진 약속을 잘 지켜 소중하게 이용해 주길 그저 바랄 뿐이다.

또한 학교 주차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정해진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줘 공동체 일원으로 자라날 우리 학생들이 몸소 배울 진정한 ‘혁신 교육’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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