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生을 말하다] <9> <제2부> 인생 2막 여는 사람들 ⑥ 화장품 회사 창업 제이엘비(주)장상근 대표
공직생활 30년… 이젠 앞으로 30년 준비할 때
내가 받은 도움만큼 다시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자본금 2억으로 창업 3년 고군분투… 40대부터 화장품 만들어 사용
천연원료 장점 해외바이어 관심 높아… 정부도 중소기업 적극 지원
내가 받은 도움만큼 다시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자본금 2억으로 창업 3년 고군분투… 40대부터 화장품 만들어 사용
천연원료 장점 해외바이어 관심 높아… 정부도 중소기업 적극 지원
![]() 장상근(68) 제이엘비(주) 대표가 25일 장성군 남면 자신의 회사 연구실에서 천연원료를 소재로 생산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화장품 회사 창업 3년차 제이엘비(주) 장상근(68) 대표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7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 30여년 간 광주시 건축과장·건설본부장·건설국장 등 건설·건축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11년 퇴임했다. 이후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 상임부회장을 1년 맡았고, (재)광주디자인센터 원장으로 4년 근무하다 2016년 봄 퇴직했다. 디자인센터에서 나온 지 3개월 만에 그는 자본금 2억원으로 화장품 회사를 차렸다.
건축·건설분야 공직경력을 앞에서워 지역건설사에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 적지않았던 터라 그의 창업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창업분야도 건축·건설과 무관한 ‘자연주의 프리미엄 화장품’을 표방한 회사 창업이라니….
“십 년도 더 전부터 이 담에 퇴직하면, 인생 2막을 창업으로 열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장모님께서 103세에 돌아가시고, 제 아버님도 교장으로 퇴직하시고 30여년을 산에서 염소를 치시다가 3년 전 95세 때 하산하셨거든요. 앞으로 최소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연금이나 받고 집에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화장품 회사였을까. 건축건설 분야 공직 경력만 30년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사에서 소위 대관업무를 보는 임원으로 가거나, 건축자재 유통·건축자재 제조 분야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건설사 임원으로 가면 몇 년간은 2~3억원 연봉을 받겠죠, 특별한 일 없이 놀다시피 하다 가끔 (공무원을 상대하는) 대관업무를 보고요. 근데 이런 일이라는 게 후배들 눈치가 보이는 일이고, 아이고 전 그런 일과는 안 맞는 것 같아요”
화장품 회사 창업은 그의 피부와 관련있다.
그는 40대부터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심한 건성피부여서 봄 가을이면 얼굴이 트고 갈라질 정도였는데, 시중에 파는 화장품과는 맞지 않았다. 책도 보고 주변 전문가들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만들었다.
“천연 원료를 쓰고 피부에 자극이 작으면서 보습도 되고 윤기가 나면 좋은 화장품이죠. 좋은 화장품만 만들면 날개 돋친 든 팔릴 줄 알았죠. 순진한 생각이었죠. 근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할까,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창업 후 3년을 용케 죽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그는 창업 첫 해부터 화장품 연구소장, 마케팅·유통·영업 직원 등 2~3명의 직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해갔다. 창업 초기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인건비와 사무실·연구소 유지에만 매월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나갔다. 자본금이 급속도로 줄면서 직원들을 줄였고 현재는 사실상 1인 기업이 됐다.
“창업을 후회하지 않냐구요? 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 3년 수업료를 내면서 난관에 부닥쳐보니깐 이젠 좀 길이 보입니다. 요며칠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등을 돌며 바이어들을 만났는데 저희 제품에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바이어 7명 가운데 2명과는 거래 성사 가능성이 큽니다. 공장에서 양산한 게 아니라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제품을 만들고 천연원료로 만든다는 데 그 쪽 관심이 대단합니다”
장 대표 부인 정화개(67)씨도 처음엔 남편의 창업을 극구 말렸으나 이제는 일손이 딸리면 제품 생산을 도울 정도로 응원한다고 한다. 남편이 만든 화장품을 사용한 후 효과를 봤고, 사업을 키워나가려는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다.
장 대표 회사인 제이엘비(주)는 밸런시스라는 브랜드로 8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성인용으로 클렌징 오일, 바디 오일, 스킨, 에센스, 밸런스 엠플, 회복크림 등을 만들고 어린이용 바디 클렌징, 바디오일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나같이 올리브유, 코코넛오일, 해바라기씨 오일, 카놀라유 등 천연 식물에서 가져온 재료를 이용해 화장품을 생산, 피부 자극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현재 개발이 완료된 40~50대를 겨냥한 화장품에 이어, 20~30대용으로 보다 저렴한 화장품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장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우리 사회와 정부, 자치단체로부터 또다시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것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국외시장 개척은 물론 제품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을 비롯한 중소기업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외에서 열리는 (화장품) 박람회·전시회의 경우 지자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항공료 50%, 숙박비 100%가 지원되고 여러 중소기업인이 함께 시장 개척을 떠나기 때문에 공동으로 통역도 지원해주는 등 섬세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는데, 사업을 하면서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받쳐주는 한 회사를 키워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공직 후배들에게도 인생 2막을 맨 주먹으로 시작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7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 30여년 간 광주시 건축과장·건설본부장·건설국장 등 건설·건축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11년 퇴임했다. 이후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 상임부회장을 1년 맡았고, (재)광주디자인센터 원장으로 4년 근무하다 2016년 봄 퇴직했다. 디자인센터에서 나온 지 3개월 만에 그는 자본금 2억원으로 화장품 회사를 차렸다.
“십 년도 더 전부터 이 담에 퇴직하면, 인생 2막을 창업으로 열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장모님께서 103세에 돌아가시고, 제 아버님도 교장으로 퇴직하시고 30여년을 산에서 염소를 치시다가 3년 전 95세 때 하산하셨거든요. 앞으로 최소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연금이나 받고 집에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건설사 임원으로 가면 몇 년간은 2~3억원 연봉을 받겠죠, 특별한 일 없이 놀다시피 하다 가끔 (공무원을 상대하는) 대관업무를 보고요. 근데 이런 일이라는 게 후배들 눈치가 보이는 일이고, 아이고 전 그런 일과는 안 맞는 것 같아요”
화장품 회사 창업은 그의 피부와 관련있다.
그는 40대부터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심한 건성피부여서 봄 가을이면 얼굴이 트고 갈라질 정도였는데, 시중에 파는 화장품과는 맞지 않았다. 책도 보고 주변 전문가들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만들었다.
“천연 원료를 쓰고 피부에 자극이 작으면서 보습도 되고 윤기가 나면 좋은 화장품이죠. 좋은 화장품만 만들면 날개 돋친 든 팔릴 줄 알았죠. 순진한 생각이었죠. 근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할까,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창업 후 3년을 용케 죽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그는 창업 첫 해부터 화장품 연구소장, 마케팅·유통·영업 직원 등 2~3명의 직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해갔다. 창업 초기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인건비와 사무실·연구소 유지에만 매월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나갔다. 자본금이 급속도로 줄면서 직원들을 줄였고 현재는 사실상 1인 기업이 됐다.
“창업을 후회하지 않냐구요? 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 3년 수업료를 내면서 난관에 부닥쳐보니깐 이젠 좀 길이 보입니다. 요며칠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등을 돌며 바이어들을 만났는데 저희 제품에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바이어 7명 가운데 2명과는 거래 성사 가능성이 큽니다. 공장에서 양산한 게 아니라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제품을 만들고 천연원료로 만든다는 데 그 쪽 관심이 대단합니다”
장 대표 부인 정화개(67)씨도 처음엔 남편의 창업을 극구 말렸으나 이제는 일손이 딸리면 제품 생산을 도울 정도로 응원한다고 한다. 남편이 만든 화장품을 사용한 후 효과를 봤고, 사업을 키워나가려는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다.
장 대표 회사인 제이엘비(주)는 밸런시스라는 브랜드로 8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성인용으로 클렌징 오일, 바디 오일, 스킨, 에센스, 밸런스 엠플, 회복크림 등을 만들고 어린이용 바디 클렌징, 바디오일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나같이 올리브유, 코코넛오일, 해바라기씨 오일, 카놀라유 등 천연 식물에서 가져온 재료를 이용해 화장품을 생산, 피부 자극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현재 개발이 완료된 40~50대를 겨냥한 화장품에 이어, 20~30대용으로 보다 저렴한 화장품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장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우리 사회와 정부, 자치단체로부터 또다시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것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국외시장 개척은 물론 제품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을 비롯한 중소기업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외에서 열리는 (화장품) 박람회·전시회의 경우 지자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항공료 50%, 숙박비 100%가 지원되고 여러 중소기업인이 함께 시장 개척을 떠나기 때문에 공동으로 통역도 지원해주는 등 섬세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는데, 사업을 하면서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받쳐주는 한 회사를 키워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공직 후배들에게도 인생 2막을 맨 주먹으로 시작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