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권 광주서정교회 담임목사] 팽목항에서 보낸 편지
2019년 01월 18일(금) 00:00
2019년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다섯 해가 되는 해입니다. 2019년 ‘세월호 달력’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우리 아이들 마음이 담긴 들꽃이 피어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들을 향해 무엇인가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편지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 편지를 씁니다. 그럼 이제부터 감사의 들꽃 향기가 담긴 아이들의 편지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깜깜한 바다에서도 꺼지지 않고 반짝이던 촛불 덕분에 마음 따뜻했고 위로가 됐어요. 반짝이는 별로 함께 할게요. 고맙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와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로 콕콕 쏟아져 내리는 폭염 속에도 뚜벅뚜벅 걸어주셨던 발걸음들이 우리의 마음에 새겨져 있어요. 진상 규명의 길도 대한민국의 역사 위에 지워지지 않게 새겨질 거예요.

2014년 4월 16일 진도 동거차도 앞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참사 발생 1121일째 되는 2017년 5월 10일에 목포에서 직립되었어요. 참사가 일어난 그날부터 인양과 직립이 완료될 때까지 기도하며 함께해 주신 국민들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을 하나도 듣지 못했고, 미수습자 다섯 명은 여전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목포에서 세월호와 함께 진실을 기다리는 저희와 부모님들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주세요.

‘애도는 죄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참사 이후 정부합동분향소로 발걸음 해주셨던 수많은 국민들 고맙습니다. 이제 ‘416 생명안전공원’에서 다시 만나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저희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시고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피켓을 들고 외쳐 주신 시민들. 서명을 받고 리본을 만들며 기억해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꽃으로 피어나 이 계절에 함께 할게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다’이라는 생각으로 저희 모두를 가족으로 맞아주시고 함께 웃고 울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기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모아주신 해외 동포 여러분 고맙습니다. 시원한 바람으로 찾아가 인사드릴게요.

광화문 노란 깃발 아래 모여 저희 부모님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신 자원봉사자, 시민들 정말 고맙습니다. 펄럭이는 깃발처럼 씩씩하게 지낼게요.

진상 규명을 위해 목숨을 건 단식과 삭발이 반복되고 이어졌지요. 저희 부모님들이 지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함께 동조 단식 해주시고 연대해주신 시민과 단체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를 기억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자기 자신이 피켓과 깃발이 돼 동네를 돌고, 나아가 노란 리본을 만들어 나눠주신 손과 발, 마음들을 기억합니다. 그 손길과 마음 끝에 저희도 함께 있을게요.

지난 정부의 방해와 거짓 뉴스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조사해 주셨던 특조위, 선조위, 국민조사단 정말 고맙습니다.

2기 특조위 활동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 부탁 드려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과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가 건설되는 것을 저희도 불꽃 같은 눈으로 지켜볼게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우리의 영혼이 빠진 아픔과 슬픔은 팽목항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참사 현장이었던 맹골 수도와 주검으로 돌아와 처음 안치된 땅 팽목항을 기억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 진도군에서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요구가 희생자 기림 공간 및 기억 이음 공간으로 이어져 팽목항에 4·16 기억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참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를 잊어버리는 일입니다. 제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기울어진 봄/ 기억합니다// 뒤집어진/ 물살에 시달리는/ 사연 알지요// 캄캄한 물결 사이/하얀 꽃봉오리// 그때 미안합니다/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던/ 세월의 문장 벌써 잊었는지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문안/ 전하는 기다림의 등대가/ 기억의 벽에 기대어 있네요// 더 이상 진실의 파도 소리/ 잠재우지 말아요// 주검 안치소의 통곡/ 허물어 버리지 말아요// 이제 서러운 바람길 따라/ 숨쉬는 것조차/ 살며시 접어 보냅니다.” (‘팽목항에서 보낸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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