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관광이 ‘핫한’ 까닭은
2019년 01월 16일(수) 00:00
‘대한민국 대표문화도시 남원’

지난 주말, 광주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쯤 달리자 톨게이트 입구의 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고전 소설 ‘춘향전’의 무대로 잘 알려져서일까. ‘대표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이 내겐 왠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기억속의 남원은 10년 전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 그 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들른 남원은 광한루 이외는 특별히 ‘챙겨 볼 곳’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남원시내를 둘러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남원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실감했다.

그 시작은 춘향테마파크 안에 들어선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김병종 미술관)이었다. 김병종미술관은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남원 출신의 한국화가 김병종 화백(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의 삶과 예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 400여 점과 5000여 권의 서적, 원고를 모태로 지난해 3월 개관한 곳이다. 춘향제와 광한루에 의존한 ‘올드(old) 콘텐츠’에 관광객들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남원시가 문화관광의 아이콘으로 활용하기 위해 끈질긴 러브콜 끝에유치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병종미술관은 남원시의 ‘플랜’대로 남원의 역사문화유적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미술관을 찾던 날, 삼삼오오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든 인파에서 미술관의 ‘성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김병종미술관은 ‘카메라에 담고 싶은’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2층 규모의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건물 자체가 ‘작품’인 모던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2층 전시실과 미술관 입구까지 이어지는 계단식 공간은 마치 남도 바다의 갯벌이나 들녁의 논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여름시즌에는 물을 끌어 들여 호수위에 미술관이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불과 개관 1년 여 만에 3만 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남원시의 문화브랜드로 불릴 만 하다.

지난해 가을, 경주솔거미술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근래 천년고도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핫플레이스는 2015년 문을 연 경주솔거미술관이다. 김병종미술관처럼 솔거미술관 역시 경주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세계문화엑스포공원안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의 역사유적지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경주 출신 소산 박대성 화백의 기증품이 소장된 미술관은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친자연적인 컨셉이 특징이다. 특히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벽면 한쪽을 통유리창으로 낸 제3전시실, 일명 ‘움직이는 그림’은 관광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솔거미술관의 ‘대표작’은 다름 아닌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매달 평균 400여 명이 다녀간다고 하니 이보다 더 ‘핫한’ 곳도 드물 듯 하다.

‘잘 만든’ 미술관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망이자 도시의 브랜드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대, 아트관광에 대한 지자체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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