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무 피아골 피정집 관장 신부] 숲과 낙엽
요즘 산속의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을 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지리산 10경(景) 중의 하나인 구례군 피아골의 단풍은 다음 주에나 절정에 달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풍나무 한 그루 한 그루도 아름답고 경이롭지만, 계곡의 골짜기에서 보면 숲 전체의 풍경은 더욱 놀랍습니다.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각기 자기 색깔을 내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가 있으니까요.
혹 단풍 구경 하시러 숲을 찾으시려거든 자그마한 손거울을 하나 가지고 가 보세요. 그 손거울을 얼굴의 콧등 위에 올려놓고 하늘을 향한 거울 속을 바라다보면 파란 하늘과 나무들의 무성한 이파리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세상은 바로 땅의 지표면에서 기어 다니며 살아가는 다람쥐나 뱀과 같은 동물들의 눈에 비친 세상일 것입니다. 또한 손거울을 얼굴의 눈썹 위에 올려놓고 거울 속을 바라보면 흙이며 자갈 나무와 꽃들, 계곡의 바위와 흐르는 물 등, 하늘을 나는 매와 같은 날짐승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그런 세상들은 인간인 우리의 눈높이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세상은 각자 속한 처지와 위치에 따라 수없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 인간은 숲과 자연을 찾아가면서 숲을 관리 보호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숲과 자연이 우리 인간을 품어 주고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나무와 바위, 하늘과 땅, 계곡과 숲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들이 우리 인간의 소유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상생(相生)하는 관계에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숲과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며 소중한 가치를 경이롭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단풍잎은 70가지가 넘는 색소를 소지하고 있고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화려한 색채의 변신을 거듭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풍잎은 자신의 수명을 다하면 낙엽이 되어 1g당 4.7kcal의 에너지를 담고서 가지와 이별합니다.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여정을 통해 곤충들에게는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거처를 제공하고 계곡이나 개울가로 흘러가서는 물속의 작은 생명체에게 먹이가 됩니다. 결국 흙속의 공극(空隙)으로 스며들어 영양분이 되고 다시 나무의 일부가 되는 생명의 순환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낙엽은 숲의 시작이다’라고 말하게 된답니다.
가을의 단풍잎은 화려한 색채로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구르는 낙엽이 되어서 그렇게 다시 ‘숲의 시작’이 되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 /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한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라는 이생진 시인의 시구처럼, 단풍잎은 사랑과 낭만을 줍는 기억을 간직하게 만들 때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낙엽은 죽은 이파리가 아닙니다. 그렇게만 보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세상에 나누어 주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림으로써 그 다음 해 봄의 새로운 가지를 약속하듯이, 그렇게 낙엽을 죽은 것으로 보지 않고 죽지 않게 하는 생명의 순환 혹은 생명의 일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것입니다. 낙엽이 된 단풍잎 하나를 주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는 이 가을입니다.
오늘은 10월 26일! 1979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두가 아는 그날. 군부독재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독재자의 죽음으로 민주주의라는 생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다시 민주주의를 희망하게 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수없이 돌고 돌아 또다시 민주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법 농단’사건 처리를 직면하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 가을입니다.
지리산 10경(景) 중의 하나인 구례군 피아골의 단풍은 다음 주에나 절정에 달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풍나무 한 그루 한 그루도 아름답고 경이롭지만, 계곡의 골짜기에서 보면 숲 전체의 풍경은 더욱 놀랍습니다.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각기 자기 색깔을 내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가 있으니까요.
우리 인간이 나무와 바위, 하늘과 땅, 계곡과 숲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들이 우리 인간의 소유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상생(相生)하는 관계에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숲과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며 소중한 가치를 경이롭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단풍잎은 70가지가 넘는 색소를 소지하고 있고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화려한 색채의 변신을 거듭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풍잎은 자신의 수명을 다하면 낙엽이 되어 1g당 4.7kcal의 에너지를 담고서 가지와 이별합니다.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여정을 통해 곤충들에게는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거처를 제공하고 계곡이나 개울가로 흘러가서는 물속의 작은 생명체에게 먹이가 됩니다. 결국 흙속의 공극(空隙)으로 스며들어 영양분이 되고 다시 나무의 일부가 되는 생명의 순환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낙엽은 숲의 시작이다’라고 말하게 된답니다.
가을의 단풍잎은 화려한 색채로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구르는 낙엽이 되어서 그렇게 다시 ‘숲의 시작’이 되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 /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한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라는 이생진 시인의 시구처럼, 단풍잎은 사랑과 낭만을 줍는 기억을 간직하게 만들 때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낙엽은 죽은 이파리가 아닙니다. 그렇게만 보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세상에 나누어 주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림으로써 그 다음 해 봄의 새로운 가지를 약속하듯이, 그렇게 낙엽을 죽은 것으로 보지 않고 죽지 않게 하는 생명의 순환 혹은 생명의 일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것입니다. 낙엽이 된 단풍잎 하나를 주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는 이 가을입니다.
오늘은 10월 26일! 1979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두가 아는 그날. 군부독재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독재자의 죽음으로 민주주의라는 생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다시 민주주의를 희망하게 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수없이 돌고 돌아 또다시 민주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법 농단’사건 처리를 직면하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