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영 순천 매곡동성당 주임신부] 가짜 뉴스에 대처하는 자세
2018년 03월 09일(금) 00:00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가짜 뉴스는 여전히 유행 중인 듯합니다. 특히 정치적 의도나 경제적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수많은 자극적이고 왜곡된 기사들은 클릭 한 번이 돈이 되는 이 세상에서 수그러질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말해주는 뉴스는 모두 진실이라고 믿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뉴스를 듣더라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엇을 받아들여야 하고, 무엇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가짜 뉴스의 특징인 ‘초점 흐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달리 생각해야 할 두 사안을 한 그릇에 담고 섞어서 헷갈리게 한다거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호기심적 관심이 많은 사안으로 덮는다거나 하면, 그 안에서 진짜 뉴스를 찾기란 쉽지 않아집니다. 그래서 동시에 유행하는 것이 ‘팩트 체크’인 듯합니다. 왜곡되었거나 과도하게 포장된 뉴스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보면서, 그 뉴스들이 감추고 있는 ‘팩트’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사실 가짜 뉴스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사도 바오로 시대에도 가짜 뉴스는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21장에서 유다인들은 눈엣가시와 같았던 바오로를 보자 군중들을 왜곡된 말들로 선동합니다. 사실이 아닌 말들이었지만 이미 선동이 된 군중들은 바오로를 붙잡아 죽이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자리를 벗어나기는 하지만 결국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에 나가게 된 바오로의 죄목은 “모든 유다인에게 모세를 배신하라고 가르치면서 자식들에게 할례를 베풀지도 말고 관습도 따르지도 말라.”(사도 21, 21)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유다인들의 시각에서는 매우 큰 죄였습니다.

하지만 바오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모세의 율법을 ‘글자 그대로’ 지켜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율법 제일주의에 대한 거부였지, 구약의 율법이나 하느님에 대한 거부가 아니었는데도, 그와 같은 바오로의 생각엔 관심이 없었던 유다인들은 한때는 자신들과 생각이 같았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자신들과 생각이 달라진 바오로가 그저 못마땅하기만 했던 것입니다.

편협한 사고와 왜곡된 선동으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바오로가 그 순간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바리사이이며 바리사이의 아들입니다. 나는 죽은 이들이 부활하리라는 희망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사도 23, 6) 그곳에는 부활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었던 사두가이들과 바리사이들이 있었고, 결국 두 파벌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자 바오로는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마치 분열을 조장하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초점 흐리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바오로가 그 순간 부활을 언급한 것은, 부활이야 말로 그의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참 진리를 담고 있는 ‘복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나 지금 이 순간 죽게 될 수도 있으니, 단 한 마디만 말하라고 한다면 바오로에게 있어서 그것은 부활에 대한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유다인들의 거짓 뉴스에 대해서 바오로는 ‘진리’로 대응하였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1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 32)-거짓 뉴스와 평화를 위한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으로 2018년 홍보 주일 담화문을 미리 발표하시면서,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대해서 언급하셨습니다. 사소한 진실 왜곡도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시면서, 오직 ‘진리’만이 “거짓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독제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를 불신이 만연하게 하고 분열을 일으켜, 결국 많은 이들을 죄의 사슬에 얽매이게 할 뿐입니다. 공공 언론에 의한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뱉은 누군가를 향한 왜곡되고 과장된 뒷담화 역시 타인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더욱 옭아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거짓말의 유혹을 이겨내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서로를 향한 진실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더욱 행복하고 참된 자유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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