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권 서정교회 담임목사] 북한에서 내려온 형제자매에게 보내는 편지
2018년 02월 09일(금) 00:00
역사적인 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었습니다.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그리고 예술단 모두 우리 형제자매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환영하며 반갑다는 인사 올립니다.

저를 잠깐 소개할께요. 나이 61세이며 목회 활동과 함께 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6·15 남측위원회 광주지부 공동대표이지요. 특히 제가 목회 활동 하는 광산구 동네에서는 20년 전부터 ‘광산구 통일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했어요. 통일 운동이 무슨 거창한 것보다는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지요.

어제는 저의 사회 활동과 인권 활동의 근거가 되는 광주기독교회협의회(NCC)에서 장기수 선생님을 비롯한 통일 원로 선생님들과 함께 설 명절을 앞두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요. 장기수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어요. 그분들은 분단으로 말미암아 수십 년을 옥중 생활 하신 분들입니다.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도 많이 있지요. 그 가운데 북측에 두고 온 가족들이 많지요. 서옥렬 선생님은 이제 100세 가까운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지요. 그분은 북측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송환 운동을 하고 있지요. 거대한 운동보다는 소소한 가운데 통일에 젖어들도록 하는 운동이지요.

이런 짧은 시가 있어요. 제목이 ‘통일은 참 쉽다’입니다.

“통일은 참 쉽다/ 남쪽 북쪽 철조망/ 둘둘 말아 올리면 되지// 통일은 참 쉽다/ 남쪽 북쪽 우리 겨레/ 왔다 갔다 하면 되지// 통일은 참 쉽다/ 이렇게 쉬운 통일 어른들은 / 왜 안하나 왜 못하나”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세월동안 통일은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바로 형제자매들도 잘 알다시피 강대국들 영향이지요. 또한 남한에 그동안 군사 정권이나 독재 정권을 통해서 오히려 분단을 이용해 안보라는 구실로 정권 안보를 유지해온 것이지요. 이제 땅과 하늘 바다 길을 통해 뜨거운 통일의 열망이 시작되었어요. 그토록 길었던 빙하기가 끝나길 간절한 마음이 하나가 돼 온 겨레가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지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광주는 80년 5월의 아픔과 상처가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광주 정신은 바로 5월 정신 통일입니다. 그래서 슬로건이 ‘5월에서 통일로! 평창 넘어 광주로!’입니다.

광주의 시인이면서 민족 시인 김준태 시인이 있지요. 통일 시화전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도 했습니다. 그분의 시 가운데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가 있어요.

“한 놈을 업어주니 또 한 놈이/ 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 그래, 에라 모르겠다!/ 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 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 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멋진 시이지요. 김준태 시인은 저하고 가끔씩 안부를 묻는 시인이지요. “통일만이 답이다” 늘 평화 통일을 노래하는 원로 시인이지요. 내일 망월동에서는 김남주 시인 24주기 추모 행사가 있어요. 역시 민족 시인으로 옥중 생활로 세상을 일찍 떠났지요. 그의 시 ‘조국은 하나다’가 떠오릅니다. 문익환 목사님도 ‘꿈을 비는 마음’이나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 서로 포옹하는 장면을 기억했지요.

이제 편지를 갈무리 할 때가 되었어요. 서로 미워하지 말고 단일기를 손과 손에 들고 평화 통일 위해 자주 만남을 약속해요. 올림픽 이후에도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전쟁 훈련하지 말고요. 평창은 강원도의 작은 도시가 아니라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 염원을 담은 승리의 땅이 되었지요. 제가 쓴 시 가운데 ‘통일을 위한 기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베갯머리 적시며/ 지칠 대로 지치고/ 보타질 대로 보타지는 가슴/ 찢겨진 상처투성이/ 치유하게 하소서// 남과 북은/ 휘청거리며 서성대고/ 삼팔선은 더욱더 견고해지는 사이/ 가로막힌 담을 허물어/ 한몸 한맘 되어/ 평화 넘실거리는/한겨레 되게 하소서”

북한에서 내려온 형제자매들에게 선물하는 시입니다. 남한에 있는 동안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안녕을 성경에서는 “샬롬”이라고 하지요. 우리 모두 세계 평화 인사해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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