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시대의 추석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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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밥 먹는 것을 일컫는 ‘혼밥’이라는 용어는 이제 별로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과거에는 혼자서 뭔가를 하면 궁상맞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으나 이제는 혼자 술 마시면 ‘혼술’, 혼자 영화 보면 ‘혼영’ 등 자기만의 생활을 누리는 사람이 늘면서 파생되는 신조어도 계속 늘고 있다.
얼마 전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혼밥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는 혼자 밥 먹는 것을 ‘여유롭다’고 하는 것은 혼밥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고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와 소통하고 누구와 단절할지 각자의 자유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가구는 이미 2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놓고 혼자임을 내세우는 ‘나 혼자 산다’나 독신 남성의 삶을 보여주는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TV 프로그램도 유행이다. 올 추석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 식품) 선물 세트’도 등장했다. 명절에 즉석 식품이라니 뭔가 어색해 보이지만, 시장이 나홀로족에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개인주의 확산과 삶의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에 따라 1인 가구가 늘고, 이에 따라 자발적인 혼밥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혼밥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을 우리 사회가 방조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취업, 직장 걱정을 제외하고 자신을 압도하는 감정이 뭐냐고 물으면 ‘고독, 버려짐, 불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인 ‘관태기(關怠期)’라는 신조어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대 젊은이들의 80%가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성적 지상주의의 경쟁적인 교육 분위기와 이에 대한 사회적 묵인,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현실에서 짓눌린 데에 원인이 있다. 또한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SNS로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무한 소통의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하고 낙인찍는 과정으로 인식되는 현실과 달리 SNS는 고민을 묻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그래서 비교에 따른 피해 의식이 없는 시공간에 안주하려는 자발적 홀로서기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SNS로 이어진 수많은 관계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샌디에이고대학 트웬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를 온전히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 보낸 첫 세대인 이른바 ‘아이젠(iGen, 인터넷 제너레이션)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대면 접촉이 적어 심리적으로 오히려 취약하다고 한다. 또한 이성 교제에서도 “오늘날 18세는 이전 세대의 15세 정도, 오늘날 15세는 이전 세대의 13세 정도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연어의 회귀에 비견되는 민족의 대이동은 올해도 어김없을 것이다. 심각한 교통난마저 감내하며 가족 공동체로 복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소외’로 요약할 수 있는 지나친 경쟁과 성장 일변도의 사회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가족의 연대감 속에서 안식을 찾고자 하는 심리의 발현이 아닐까.
그런데 혹자는 명절을 일종의 품평회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젊은이들을 ‘모범생과 열등생’, ‘기혼자와 미혼자’, ‘회사원과 취업 준비생’ 등의 이분법으로 대상화하고, 덕담이라는 미명 하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시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친척집에 가기 싫다는 젊은이들의 볼멘소리가 수긍이 된다. 자연히 대화를 기피하고 SNS를 벗 삼아 소일하는 핑곗거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혼밥의 시대를 맞아, 이번 추석은 온라인 세계에서 벗어나 살가운 가족의 품을 느끼는 시간과 함께하였으면 한다. 한 올의 실로는 줄을 만들 수 없고,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 될 수 없다. SNS의 관계망보다는 가족의 손을 모아 줄과 숲을 이룰 수 있는, 가족의 연대로 서로의 마음을 만져주고 감싸는 대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혼밥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는 혼자 밥 먹는 것을 ‘여유롭다’고 하는 것은 혼밥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고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와 소통하고 누구와 단절할지 각자의 자유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취업, 직장 걱정을 제외하고 자신을 압도하는 감정이 뭐냐고 물으면 ‘고독, 버려짐, 불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인 ‘관태기(關怠期)’라는 신조어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대 젊은이들의 80%가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성적 지상주의의 경쟁적인 교육 분위기와 이에 대한 사회적 묵인,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현실에서 짓눌린 데에 원인이 있다. 또한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SNS로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무한 소통의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하고 낙인찍는 과정으로 인식되는 현실과 달리 SNS는 고민을 묻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그래서 비교에 따른 피해 의식이 없는 시공간에 안주하려는 자발적 홀로서기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SNS로 이어진 수많은 관계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샌디에이고대학 트웬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를 온전히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 보낸 첫 세대인 이른바 ‘아이젠(iGen, 인터넷 제너레이션)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대면 접촉이 적어 심리적으로 오히려 취약하다고 한다. 또한 이성 교제에서도 “오늘날 18세는 이전 세대의 15세 정도, 오늘날 15세는 이전 세대의 13세 정도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연어의 회귀에 비견되는 민족의 대이동은 올해도 어김없을 것이다. 심각한 교통난마저 감내하며 가족 공동체로 복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소외’로 요약할 수 있는 지나친 경쟁과 성장 일변도의 사회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가족의 연대감 속에서 안식을 찾고자 하는 심리의 발현이 아닐까.
그런데 혹자는 명절을 일종의 품평회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젊은이들을 ‘모범생과 열등생’, ‘기혼자와 미혼자’, ‘회사원과 취업 준비생’ 등의 이분법으로 대상화하고, 덕담이라는 미명 하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시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친척집에 가기 싫다는 젊은이들의 볼멘소리가 수긍이 된다. 자연히 대화를 기피하고 SNS를 벗 삼아 소일하는 핑곗거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혼밥의 시대를 맞아, 이번 추석은 온라인 세계에서 벗어나 살가운 가족의 품을 느끼는 시간과 함께하였으면 한다. 한 올의 실로는 줄을 만들 수 없고,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 될 수 없다. SNS의 관계망보다는 가족의 손을 모아 줄과 숲을 이룰 수 있는, 가족의 연대로 서로의 마음을 만져주고 감싸는 대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