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행순 네팔 카트만두대 객원교수]카트만두대학교의 특별한 25주년 행사
2016년 11월 23일(수) 00:00
1991년에 개교한 네팔 카트만두대학교는 올해에 25주년을 맞아 ‘Silver Jubilee’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였다. 3월 11일에 거행된 기념식에는 네팔 최초의 여성 대통령(Bidhya Devi Bhandari)과 총리가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다. 본교 부총장은 환영사 도중에 감정이 복받쳐서 말을 잇지 못했고 옆 자리의 여교수는 전통의상인 사리 자락을 끌어당겨 눈물을 닦았다.

카트만두 대학의 설립이 구체화되던 1990년은 200여 년을 이어온 전제군주제의 ‘네팔왕국’이 입헌군주제로 바뀌고 2008년에는 국명이 ‘네팔연방민주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이후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서 계속 끌어오던 새 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작년 10월이었다. 더구나 작년에는 70~ 80년 주기의 대 지진으로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도서관을 비롯하여 대학 건물들도 손상을 입었다. 카트만두 대학교는 이렇듯 정치적 격변기와 자연재해를 겪으며 25주년을 맞게 되니 감회가 더욱 큰 듯하였다.

본교가 때로 사립대학으로 소개되지만 대학관계자들은 공립이라고 말한다. 초대 부총장 직을 맡았던 샤르마 박사는 재정적 기반 없이 대학설립의 꿈과 의지만 가지고 출발했던 초창기에 받으려고만 하는 네팔 사회에서 땅을 내놓고 지역 인사들이 기부금을 내서 인재육성을 위하여 본 대학을 설립한 것은 이 나라 정서에서 매우 독특하고 기이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행사는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본부 건물과 강의동을 짓는 과정에 헌신적으로 수고했던 노르웨이의 건축가를 초청하여 그의 공로를 치하하고 감사패를 수여하는 행사였다. 80여 세의 노인은 네팔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대학을 둘러보고 무척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남의 호의에 대해 고마움을 별로 표현하지 않는 네팔 문화에서 대학 측의 이러한 배려는 이례적이어서 아주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세 번째는 인도 대통령(Shri Pranab Mukherjee)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행사였다.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하여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부총장의 환영사에 이어 대통령 공적 소개, 교육부장관의 학위증 낭독, 총리가 학위 수여, 대통령의 수락 연설로 이어졌고 카트만두 대학의 교가 제창으로 식이 끝났다. 이는 양국의 우호 증진에도 공헌하는 것으로 보였다.

네 번째 행사는 11월 초에 시작된 3일간의 한국문화축제였다. 학생들은 네팔인이 추는 K-팝 댄스와 한국영화에 열광하였다. 카트만두에만 K-팝 동호인이 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네팔인이 선보이는 태권도 시범, 한국음식, 연날리기, 스피치 대회 등으로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결선 진출자들은 “한국어와 나의 미래”, “나에게 한국이란” 제목으로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 품고 있는 꿈들이 놀라웠다.

마지막 날, 최용진 대사의‘공공외교: 한국 정치경제문화 알리기’ 특강과 한국유학 경험자들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질문시간에 학생들은 “한국에 비해 네팔에는 무엇이 부족한가?”, “한국과 네팔 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 유학하면 취업에 어떤 유익이 있는가?” 등등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질문들은 자신들의 내면 성찰보다는 모두 밖을 향한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25주년의 기념비적 조형물을 세우기 위하여 연초부터 언덕을 깎아내고 땅을 돋우어서 기념탑을 세우는 큰 공사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조감도에 “미친 짓 중단하고 도서관에 책이나 더 넣으라”는 포스터가 붙었다가 며칠 후에 사라졌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간 중단되었던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는데 조감도보다 작은 규모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요즈음 같은 지식의 홍수,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 장서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는 창의적 능력이다. 청년기에 접어든 카트만두 대학이 앞으로는 외적 성장과 함께 내면을 다지고 잠재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때이다. 학생들이 정직하게 시험을 치고 베끼거나 외우기보다 스스로 창의적 노력을 할 때, 네팔이 필요로 하는 많은 인재들이 본교를 통하여 배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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