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한국걸스카우트 광주전남연맹] 리더십 갖춘 소녀들 세상을 바꾼다
故 조아라 여사 ‘광주소녀척후대’ 조직
수피아여중·광주여중생 등 32명 참여
고아원 방문·동네 아이들 이발 봉사
능동적 참여 정신 교육현장서 활용
2016년 08월 03일(수) 00:00
광주 동부경찰서 맞은편에 위치한 한국걸스카우트 광주연맹 회관은 지난 1973년 준공됐다. 당시에는 광주·전남 연맹이 분리되기 전으로 전남연맹 회관이었다.
지난달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석초등학교를 취재한 후 초등학교 시절이 가끔씩 떠오르곤 한다. 얼마 전 광주 동부경찰서 앞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숱하게 오고 가면서도 눈길이 가지 않았던 ‘한 건물’이 새삼스레 눈에 띄었다. 한국걸스카우트 광주연맹. 초등학교 시절(당시는 전남연맹) 가끔 드나들던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반가웠다.

올해는 광주·전남에서 걸스카우트가 시작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국 걸스카우트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사실, 시리즈의 취지를 생각해 가장 오래된 청소년 단체를 취재한다면 1931년 시작된 지역 보이스카우트 역사를 찾아보는 게 맞다. 하지만 걸스카우트 경험이 있어 그 역사를 알아보고 싶었다.



광주·전남 지역 걸스카우트 역사는 고(故)조아라 여사가 1946년 9월 19일 조직한 ‘광주소녀척후대’(이후 대한소녀단으로 개칭)가 출발이다. 수피아 여중생들이 중심이 됐으며 광주여중, 전남여중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참여, 단원은 모두 32명이었다. 한국걸스카우트 연맹이 펴낸 ‘걸스카우트 50년사’에 따르면 미 군정 시절이었던 당시에는 미 고문관 부인이 노래 게임, 포크 댄스, 손재주를 가르쳐 주었으며 고아원 방문, 동네 아이들 이발해주기, 손톱 깎아주기 등 봉사 활동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1950년대에는 양림교회와 동부교회(중부교회와 통합해 현재 한빛교회) 등 교회를 중심으로 보이·걸스카우트 활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1955년에는 세계 걸스카우트 연맹 훈련 강사인 호주인 헤스켓이 광주에 와 양림동 뒷동산에서 5분 이내 천막 설치하고 거두기, 야외 화장실 만드는 법 등 야영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걸스카우트 활동 중 대표적인 게 야영이다. 전남연맹의 첫 야영대회는 1965년 보성 율포에서 4박 5일간 진행됐으며 지금의 성암야영장이 된 성암농장, 제2 수원지 등이 야영 장소로 자주 찾는 공간이었다. 1970년 서울 태릉에서 열린 제1회 국제야영대회에 대원 20여명이 참여하기도 했으며 보이스카우트와의 합동 행사도 많아 1975년에는 광주실내체육관에서 합동 선서식 및 전진대회를 가졌다.

걸스카우트는 1963년 세계 연맹 정회원국이 된 후 1969년 스카우트 활동 육성 방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활동에 탄력을 받았다. 전남연맹에서 가장 대원수가 많았던 때는 1979년으로 1만 2000명이 활동했다.

광주연맹은 1987년 2월 분리됐다. 광주시가 1986년 11월 1일 광주직할시로 분할 승격됨에 따라 자연스레 이뤄진 일이다. 회원 1495명, 지도자 323 등 1830명으로 광주연맹이 탄생했고, 초대연맹장으로 박정순씨가 추대됐다.

전남연맹은 독립된 공간을 갖지 못하고 YWCA와 전남여성회관, 보이스카우트 사무실 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지금 광주연맹이 쓰고 있는 회관은 1973년 준공됐다. 조아라 여사 등 이사진과 지역 기관장, 유지 부인들이 계를 붓고 찬조금을 모아 마련한 공간이다. 전남연맹은 광주연맹과 분리된 후에도 건물을 함께 사용하다 지난 2007년 현재의 동명동 주택(옛 전남도교육감 사택)으로 옮겨갔다.

‘제복’은 걸스카우트가 되고 싶어했던 청소년들이 가장 동경하던 것이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기성복을 입기 시작했으며 국민학생들이 입던 갈색 브라우니 제복과 초록색 제복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야영대회나 캠프에서 함께 부르던 다양한 노래와 ‘마니또’ 게임 등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기능장 제도는 걸스카우트 활동의 핵심 중 하나다. 100여개가 넘는 기능장 제도가 운영되기도 했으며 현재 초등학생인 진달래반의 경우 관광 가이드, 동물 관찰, 만화가, 방안 꾸미기, 수화 등 40여개의 기능장을 받을 수 있다. 수영, 응급처치(구급장), 신호장, 안전장, 자전거 타기는 필수 기능장이다.

현재 걸스카우트는 유치부(초록별), 초등부(개나리·진달래), 중등부(소녀대), 고등부(연장대)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광주연맹(연맹장 노성숙)은 지도자를 포함해 3500명, 전남연맹(연맹장 김종숙) 은 2500명이 활동중으로 예전만큼 대원 수가 많지는 않다.

자연 인구 감소와 함께 다양한 방과 후 활동 등이 활성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1981년 5공화국 출범 후 창단한 한국청소년연맹을 비롯해 오랜 역사를 가진 RCY, 한국해양소년단, 4-H회 등 청소년단체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전남연맹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와 사진 자료 등을 소개해준 윤경자(69)씨는 전남여중 1학년 때 동부 교회에서 걸스카우트 활동을 시작했고 송정여중 등에서 스카우트 지도자로 활동했다.

“다양한 걸스카우트 활동과 함께 쌀에서 돌 고르는 법을 배우고 사탕을 물고 산에 오르며 인내심을 키우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항상 선서와 규율을 외우며 나의 명예를 지키려 노력했고 스카우트송을 부르며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또 교사가 되고나서는 스카우트에서 배운 반 제도 등을 교육에 활용해 즐거운 분위기로 아이들과 생활한 것도 행복했어요.”

윤씨가 송정여중 근무시 소녀대에서 활동한 김정은(49·전대사대부중 교사)씨는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던 기억, 다양한 기능장을 따서 휘장에 붙이고 다니던 기억이 나고 검정 교복으로 획일화 된 상황에서 초록색과 노란색 타이 제복이 정말 멋있었다”며 “요즘에는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루는데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참여하고, 활동하는 수업에 익숙해 교사로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6 세계걸스카우트 비전은 ‘모든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존중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한다’, 한국걸스카우트 비전은 ‘소녀와 젊은 여성이 역량을 강화해 미래 변화의 중심이 된다’다. ‘그녀들’이 세상을 바꾼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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