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찾는 ‘한류 4.0’
송 성 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2015년 08월 17일(월) 00:00
세계시장에서 경쟁은 국가별로도 이뤄지지만 경제블록 단위로 전개되기도 한다. 경제블록은 특정 지역의 국가들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관세 철폐 등 서로 제한 없는 무역을 형성하는 경제단위를 말한다. 경제블록 밖에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무역 장벽을 쌓는 경우도 있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대표적인 경제블록이다. 한 나라가 자국의 자원과 기술력만으로는 경제발전에 한계가 있으므로 여러 나라가 서로의 장점을 공유해 개별 국가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 규모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경쟁적으로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이유다.

올 연말에 아시아에서 또 하나의 경제블록인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공식적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ASEAN(동남아국가연합) 소속 10개 국가가 참여하는 AEC가 출범하면 인구 6억 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의 인구를 자랑하고 2조 3000억 달러의 GDP로 세계 7위 규모인 거대한 시장이 새로 탄생하는 것이다.

ASEAN은 35세 이하 인구가 세계 최대이며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지난 15년간 6%대로 앞으로도 10년 이상 7%를 웃돌 것이라 전망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3대 교역 시장이기도 하다. AEC가 또 하나의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AEC의 리더이자 맏형 역할을 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네시아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2억5000만 명의 인구와 우리나라보다 아홉 배나 넓은 땅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인구의 87%가 이슬람교도로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지만 다른 많은 이슬람 국가와 달리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도 많을 정도로 개방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어 외국문화에 대한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으로 또 한 번 도약이 예상되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콘텐츠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도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콘텐츠산업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BIMA-X’는 인도네시아의 성스러운 상징물인 ‘가루다’를 모티브로 한 영웅 스토리를 담았다. 일본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인도네시아 배우와 언어로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 회사인 MNC그룹과 함께 일본의 이토추상사(Itochu Corporation)가 제작한 것으로, 이토추상사가 ‘BIMA-X’의 전체 라이선스를 관리하고 장난감을 비롯한 관련 상품을 일본 반다이사가 판매하는 등 일본 문화콘텐츠의 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주춤해진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과 중국의 자국 콘텐츠 산업 보호 분위기 확산으로 한류 시장의 다각화 등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 이러한 우리 콘텐츠업계가 주목하는 곳도 바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는 한류에 대한 젊은 수요층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 한류 열풍의 재점화가 용이하고 성공적으로 연착륙을 하게 될 경우 향후 아세안 지역 및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의 이슬람국가로의 진출에 거점과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잠재력도 커 우리가 전략을 잘 세워 진출한다면 문화 한류를 비즈니스 한류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우리 콘텐츠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는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국 기업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시장개척 로드쇼’를 개최한다. 방송,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여 인도네시아에 우리 콘텐츠를 소개하고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 수출로 출발한 한류는 K팝(한류 2.0), K컬처(한류 3.0)를 거쳐 이제 ‘한류 4.0’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빅 킬러 콘텐츠를 무기로 인도네시아 진출에 성공해 한류 4.0시대가 빠른 시일 내에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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