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자동차보험 그리고 실손보험
심 상 돈
동아병원 원장
2015년 04월 22일(수) 00:00
의료보험이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발생한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다. 여러 사람이 보험금을 미리 모아서 관리하여 의료서비스 중 한꺼번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의료보험은 유신 정권 시절인 1978년 직장인 의료보험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1963년 12월 의료보험법이 제정되어 조합을 설립 할 수 있게 되었다. 1977년 11월 전국의료보험협의회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78년부터 직장인 의료보험이 시작되었다. 80년대 말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도입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가입은 출생신고를 하면 강제적으로 보험에 가입되는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방식은 다른 여타의 보험과 달리 보험가입자가 직접 받지 않고 병원과 같은 의료 기관에서 의료보험 공단에 청구하여 받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급방식 때문에 보험금이 각각의 병원으로 지급되기전에 병원에서의 의료행위가 적절하였는지를 심사 평가 한다. 과거에는 의료보험 공단에서 심사하였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어서 2000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전문적이고 중립적으로 의료행위를 심사 평가하기 위해 설립되어 심사를 하고 있다. 과거 의료보험공단에서 심사를 할 때 보다는 개선이 되었지만 지금도 진료비에 대한 부당 삭감 등의 문제점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심평원과 병원은 ‘갑’과‘을’ 관계이다.

자동차 보험은 1963년 한국자동차보험 공영사가 그 시작이다. 국가가 관리 하던 자동차 보험을 박정희 정권 때 민간으로 넘겼다. 자동차 사고로 병의원을 이용할 경우 발생되는 진료비도 과거에는 보험사에서 직접 심사했으나 지난해 7월 이후부터는 심평원에서 하고 있다. 14개 자동차보험사와 5개 공제조합에서 각각 해오던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자동차보험심사센터를 설립해 이전하였다. 보험금을 노린 과잉 진료, 가짜 환자로 인한 의료비 증가, 불투명한 심사기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료보험과 달리 사고 후 충분한 진료와 보상을 받기위한 별도의 계약이므로 최소의 보장(?)이 목적인 의료보험의 심사기준을 적용해 보험가입자의 의료기관의 이용을 심사하여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소비자단체의 의견 등의 반대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강행하였다. 자동차보험사들은 비용을 줄였고 심평원은 연간 100억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중립적인 심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의견이 있다. 아직은 보험가입자, 병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부작용이 많다. 이에 대해 환자에게 진료비를 직접 받는 직불제 도입, 고가의 특수검사 시행 전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 심의제 도입, 비급여 진료 허용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실손보험은 2005년 삼성의 지원하에 이루어진 제도화 이후, 현재까지 약 3000만명 이상 가입되어 있다. 실손보험은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60% 정도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궁여지책인데 이 실손보험의 의료비 심사를 심평원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의료보험처럼 보험금이 개인이 아닌 병원으로 지급되게 된다. 심평원에서 심사를 하게되면 각각의 의료기관은 이를 준비해야 한다. ‘갑’ 과 ‘을’ 관계에서 ‘을’에게 또 다른 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다.

의료보험은 국가가 의무가입을 강제하는 공적보험으로 보험료, 의료수가, 급여수준을 국가가 통제 관리 한다. 반면 실손보험은 개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의한 보험가입으로 보험료, 급여수준을 보험사와의 사적 계약으로 결정한다. 즉 모든 보험이 동일한 약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병원 이용 후 지급되는 보험금이 보험사 마다 다르다. 보험의 목적도 다르다. 최소한의 적절한 치료가 아니라 의료보험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최대한의 치료가 목적이다.

이처럼 목적과 방법이 다른 보험을 통합해 심사하는 것은 심평원이 의료행위에 대한 심사를 독점하려는 의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또한 보험사기 등으로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손해는 보험사가 아닌 심평원과의 관계에서 ‘을’인 병의원의 몫이 되어 그렇지 않아도 경영상태가 어려운 동네 병원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경영 합리화로 재정을 확보하고 여러 방법을 마련해 의료보험 보장성을 확대해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서 ‘마음까지 아프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할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의료보험의 부실함을 보충하고 있는 실손보험까지 심사하려는 것은 의료보험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대충 때우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설립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다. 사려깊은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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