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의 전당이 성공하려면
임 명 재
약사
2015년 03월 18일(수) 00:00
최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9월에 개관하여 광주시민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제정된 법을 토대로 알찬 운영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예산 그리고 사업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잘 이루어지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들과 별도로 광주시와 교육청 그리고 시민들이 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10만 문화시민 양성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KTX고속전철이 개통이 되어 수도권의 관객들이 아시아문화의 전당에서의 각종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러 올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히 호재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관객은 덤이고 실질적으로는 광주시민 자체적으로 문화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로서 자리매김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야구를 좋아해서 프로야구경기를 관람하러간다고 할 때 만약 내가 직접 야구를 하고 있다면 그 열정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보다는 몇 배 더 강렬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문화소비를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대중적인 예술이 아니라 클래식이나 평소에 접하지 못한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질 때에 시민들이 그러한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와 몰입을 할 수 있는 내공이 길러져 있다면, 광주 시민들이 저마다 음악을 즐기고 악기를 하나쯤은 다룰 수 있다면, 풍경과 인물을 스케치할 수 있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오페라와 연극을 영화만큼 좋아할 수 있다면, 호프집에서 문화예술에 관해 떠들어대고, 목욕탕에서 주부들이 자신이 관람한 문화컨텐츠에 대해 수다를 떨고, 지나는 아이들이 악기하나쯤은 들고 다니는 것이 흔해질 때, 광주는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문화예술을 즐기고 소비하는 도시가 될 것이며, 그 정도 수준이 되었을 때 아시아문화의 전당이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명소가 될 것이다.

둘째, 문화컨텐츠가 생산되고 거래되고 판매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와 경제특구와 같은 정책을 문화특구로 지정하여 문화예술작품이 거래될 때 세금우대를 하고, 외국인이 구매를 할 경우에는 특히 우대하는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광주지역에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교습이나 지도를 하는 예술학원 사업이 번성할 수 있는 노력을 특별히 기울여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를 초빙해서 마음껏 교습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전국에 홍보와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조직과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그래서 광주가 대학입시나 전문가 육성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을 교습하는 학원과 같은 곳이 번성하는 것이 문화컨텐츠가 곧 광주의 새로운 먹거리와 볼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문화예술을 특별히 교육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광주광역시와 교육청은 함께 노력해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동안 꾸준히 광주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같은 제도처럼, 광주시민이면 누구나 무상으로 또는 저렴하게 자기가 원하는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아파트 주민쉽터에서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광주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에게도 참여를 유도하여야 하고,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고 그 증표를 제출하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내가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이 진정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고, 그렇다면 결코 문화컨텐츠 구매에 인색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인들은 광주에서 살고 싶게 되는 것이다.

율곡 이이 선생이 임진왜란을 예측하며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는 ‘10만 문화시민 양성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광주가 공해없는 사업인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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