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
홍 상 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2014년 11월 17일(월) 00:00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1년 영화 ‘A·I’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간들이 사랑을 뺀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서비스를 받고 사는 미래에 로봇 전문가 하비 박사는 ‘인간의 마음을 지닌 로봇’을 만들겠노라 선언한다.

그렇게 탄생한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은 친아들이 불치병으로 냉동상태에 있는 어느 가정에 입양된다.

하지만 결국 친아들이 완치되면서 데이빗은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버려지고 만다. 인간이 되면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것이라 생각한 데이빗은 엄마가 읽어주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떠올리며 인간이 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멸망한 지구를 찾아온 외계 생명체들의 도움으로 엄마와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영원히 잠이 들게 된다.

영화 속에서 데이빗이 인간이 되기 위한 여행을 하던 도중 하비 박사를 만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인간이 되게 해달라는 그의 말에 하비 박사는 ‘너는 이미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고 답한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의 모습에 공감하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린 관객들이 많았다. 인간의 마음을 지닌 로봇을 보며 과연 인간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봤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빛의 속도로 발전해온 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했지만 우리의 감성을 황폐화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술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더해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기술이 필요한 때다. 그런 기술이 바로 문화기술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앞장서왔다. 꾸준히 국내외 대학, 기업, 연구소 등과 손잡고 우리의 문화를 풍요롭게 할 신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그리고 그렇게 개발된 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상용화와 마케팅, 해외진출 등도 지원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성과를 맺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전시회 ‘시그라프 2014’에서 529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 상담실적을 거뒀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탄생한 문화기술을 활용해 탄생한 애니메이션 ‘넛잡’은 북미 3000개 이상의 영화관에서 개봉하면서 한국영화 최초로 흥행수익 1억2000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14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우리 문화기술의 성과를 엿볼 수 있었다. 프로젝터 빔과 레이어 내부조명을 활용해 관객들이 평면 공간을 3차원의 입체 공간으로 느끼게 하는 놀라움을 선사했던 개막 공연은 첨단 3D 맵핑 영상 기술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우리 문화기술업체가 구현한 것이었다.

콘텐츠 산업 뿐 아니라 모든 사회분야에서 창의성과 융합을 통한 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즈음 문화기술의 중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기술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산업과 문화가, 문화와 기술이 융합하면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우리의 문화와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문화기술 연구개발 환경은 척박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기술 연구개발 예산은 국가 전체 R&D 예산의 1%에 불과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에 비해 경험과 감성, 상상력과 이야기를 담겨진 문화를 만드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탓일 것이다.

우리 문화기술로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우리 국민뿐아니라 세계인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며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문화융성’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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