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가’ 싯다르타, 맨발의 악전고투 출가記
사람의 맨발
한승원 지음
불광출판사·1만3800원
2014년 05월 02일(금) 00:00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석가모니 붓다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 나왔다.

우리나라 구도소설의 대표작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의 작가 한승원(75)이 ‘사람의 맨발’을 펴냈다.

그동안 작가는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전봉준, 임방울 등 우리 민족의 한과 혼을 지닌 인물들의 삶을 웅숭깊은 필력으로 형상화했다. 이번에 펴낸 ‘사람의 맨발’은 비록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지만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성인이라는 점에서 기존 소설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 ‘사람의 맨발’이 상징하듯 작가 시선은 인간 붓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까지 석가모니 관련 소설이 대부분 출가 이후를 다루고 있는 점과 달리, 작품은 출가 이전의 삶에 포커스를 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때문일까. 소설은 시종일관 주인공 이름을 ‘싯다르타’로만 사용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붓다가 출가하기 이전의 속세 이름이다.

소설은 신화나 전설로 내려온 기존의 이야기를 과감히 탈피한다. 원래 붓다 이야기는 왕자의 신분으로 성문 밖을 거닐다 많은 이들의 고통을 보고 출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작가는 싯다르타를 현실에 바탕을 둔 혁신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불가촉천민의 마을을 잘사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개혁가의 이미지로 상정한다. 어느 사회든 뿌리 깊게 박힌 신분의 강고함은 쉽게 깨지지 않는 법이다. 결국 싯다르타는 탐욕스러운 장인에 의해 좌절을 당하고 출가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소설은 신화나 전설로 내려온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재해석해낸다. 작가 나름의 허구가 3분의 2 이상 들어 있는 이유다. 독자들이 전기가 아닌 문학작품으로 읽어야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소설의 제목이 상징하는 바는 간단하다. 싯다르타는 왕자 시절에는 물소 가죽 신을 신었지만 출가 이후에는 맨발로 걸어 다녔다. ‘맨발’은 출가 정신의 구현, 어쩌면 작가의 내면에 드리워진 ‘염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작가의 말은 그의 글쓰기의 지향을 엿보게 한다.

“나는 싯다르타와 강진에 유배왔던 정약용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 분들의 절대고독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것이 오래 전에 서울을 버리고 이곳 장흥 ‘해산토굴’에 내려와 글을쓰는 이유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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