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해법은 ‘대화’
2013년 11월 18일(월) 00:00
최근 장흥지역에 싸늘한 전운이 감돌았다.

농민회가 쌀값 인상을 요구하며 2013년산 공공비축미곡 수매 연기를 요구하고 시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지난 15일 전국 농민예비대회를 장흥에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군청사 앞에는 야적된 벼와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가 진을 치면서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고 일부 업무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는 등 삭막한 분위기도 이어졌다.

농민회는 지난 5일 장흥의 첫 수매 현장에서 군·경찰과 농민회가 물리적으로 충돌하자 전국농민대회를 장흥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같은 날 장흥에서 전국 한우인대회가 열리기로 예정돼 있어 전국 농민예비대회 개최는 전국 농민들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장흥지역 농민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강경한데다 광주·전남 농민회 연맹회장과 전국 농민회 사무총장 등 농민회 핵심 간부가 장흥 출신이라는 점도 개최 장소를 장흥으로 결정한 것에 상당한 작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국 농민예비대회가 장흥에서 개최될 경우 뜻하지 않는 불상사를 우려한 군·경찰은 물론 번영회와 이장단, 지역단체가 발벗고 나서 농민회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또 상당수 지역농민들은 농민회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정부의 추곡수매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지역 내에서는 물리적인 투쟁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군·경찰은 농민회에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한편 절충안을 만들어 농민회를 설득했다.

결국 군이 공공비축수매를 오는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농민대회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농민회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전국 농민예비대회는 개최예정일인 15일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밤늦게 전격 취소됐다.

가뜩이나 정부 수매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농민들도 이 같은 대화를 통한 지역문제 해결에 상당수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자칫 대규모 물리적인 충돌까지 우려됐지만 군과 경찰, 그리고 지역민들이 ‘대화’를 통해 지역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지난주에 일어난 일련의 과정은 분명 되새김해볼 만하다.

/장흥= ky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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