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노는 살리고 DJ맨은 더 키워야
최 영 태
전남대 교수·역사학
2013년 01월 30일(수) 00:00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개혁진영이 최초로 국가경영을 떠맡은 시기이다. 그 첫 번째 정부인 김대중(DJ) 정부는 민주화와 인권, IMF 위기 극복과 복지, 남북화해와 협력체제 구축 등에 역점을 두었다. 두 번째 정부인 노무현 정부는 DJ 정부의 주요 정책을 계승함과 동시에 지역균형발전과 탈권위주의 정치 문화의 구현 등 새로운 아젠다를 추가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캐릭터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또 두 정부의 정책에도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민주·복지·평화·균형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와 비전을 가진 두 정부는 하나의 정부로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 동질성이 강했다.

그러나 세력교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엿보인다. ‘정권교체는 세력교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DJ정부 때는 보수에서 민주·개혁진영으로 대대적인 세력교체가 일어났어야 할 시기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DJP 연대라는 태생적 한계에다가 IMF위기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 그리고 최초의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옛 세력들을 대거 등용한 까닭이다.

심지어 민주개혁진영의 인사를 등용할 때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을 선호했다. 또 평균 연령도 높은 편에 속했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노무현 정부는 젊고 개혁적인 인사들을 대거 등용하였다. DJ 정부의 노하우를 계승한데다가 구세력에 대한 부채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민주당에 친노 인사가 많고 친 DJ 인사가 적은 것은 두 정권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 및 두 대통령의 인재등용방식의 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선거는 이성적·논리적인 요소보다 감성적 요소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민은 민주당의 인적구조의 불가피성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현상으로서 친노 중심의 현 정당 구조만을 인지한다. 불행한 것은 다수의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은 목표와 비전은 좋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는 미숙 내지 무능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친노는 억울하더라도 이 상황을 현실로 수용해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당에서 친노의 흔적을 지우는 형태로 당을 개편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노무현 시대 및 그 정신은 민주당이 계승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 자산이며 마찬가지로 친노 역시 민주당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 모색은 기존의 자산을 버리고 훼손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우고 보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DJ의 복원은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DJ가 서거한 지 3년 반밖에 안 지났지만 지금 민주당에 친 DJ로 분류될만한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심지어 DJ의 정치적 고향이자 민주당의 토대인 광주·전남에서마저 젊은 친노는 보여도 젊은 친 DJ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DJ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면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선거용으로 DJ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 정신을 앞장서 계승할 진정한 DJ맨들을 의도적으로라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하기 바란다. 물론 시대적 산물인 안철수 현상의 대변자들 역시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적 자원을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면 민주당에 친노가 아무리 많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친노는 살리고 친 DJ, 친 안철수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민주당의 세력구도가 재편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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