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
심상돈
2012년 11월 28일(수) 00:00
요즘 인터넷상의 모 포털 사이트에 보면 ‘1초 후가 궁금해지는 사진’이라는 블로그가 있다. 그곳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정말로 1초 후가 궁금해지며 재미있고 웃기는 사진들이 많지만 가끔은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섬뜩한 사진들도 있다.

요즘 대선정국에 열심히 달리고 있는 후보들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들을 보면 정말로 1초 후가 궁금해진다. 며칠 전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국보건행정, 보건경제, 병원경영, 사회보장 등 보건의료관련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에 대해 ‘구체성이 떨어지고 막대한 필요 재원에 대한 조달 방안이 빈약하고 후보들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해당 후보가 내세운 공약의 상당수는 임기 내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논란의 핵심은 ‘건강보험 제도의 보장성 강화’이다. 첫 번째가 ‘연간 본인부담금의 상한선을 100만원으로 제한’ 공약이다. 본인부담금은 개인이 병원에 지불하는 돈이다. 1년 동안 어떤 치료를 받던 병원에 지불하는 금액을 1인당 100만을 이하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약 5조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 공약이다. 현재 63% 정도인 전체 진료비 보장률을 박 후보는 80%, 문 후보는 70% 후반대로 올리겠다고 각각 공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하면 보장률을 1%포인트 올리기 위해서는 약 5000억원이 필요하며 각각 후보들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산술적인 계산해도 매년 약 14조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의료비 부담이 줄면 의료시설에 대한 이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보장률을 약간만 올리더라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 초음파, MRI 등을 급여화 한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병원 입원 시 도움을 받는 간병비에 대한 급여화 공약도 있다.

현재 수술이나 질병으로 약 2주 정도 입원을 할 경우 병원에 지불하는 본인부담금보다 간병비가 더 많은 실정인데 이를 급여화 한다면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이며 늘어난 간병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감당하고 누구에게 간병을 지원할지를 판단하는데도 많은 노력과 재원이 필요하리라 예상된다.

대충 짐작해도 1년에 약 30조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약 320조이다. 전체예산의 약 10% 정도가 증가할 정도의 공약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선 후보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물론 TV 토론회에서 재원의 조달을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지만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물론 동네 의원의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거점 병원 기능의 강화, 필수의약품과 희귀의약품, 필수 예방백신 등 공공적인 제약 산업의 육성과 같은 긍정적인 공약들도 있다.

공약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물적, 제도적인 토대가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 집권 뒤에도 실천할 수 없는, 유권자들에게 생색만 내려는 화려한 공약으로 국민들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일선의 의료기관에서는 일련의 공약들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부족한 비용을 각각의 의료기관에 정당하지 않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몇 년 전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때처럼. 현재 의료계에는 의료수가결정 구조개선, 총액계약제 및 성분명 처방 중단, 포괄수가제도 개선 등과 같은 해결해야하는 과제들이 많다.

전문가 집단인 여러 관련 학회뿐 만 아니라 일선 의료기관들이 제시한 것을 바탕으로 보건의료 관련 공약들을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으로 정리하기를 기대한다.



〈동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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