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공원 팔각정의 운명
박 홍 근
2012년 10월 03일(수) 00:00
사직공원은 광주 도심에 있는 소규모공원으로 시민들의 휴식처다. 이곳엔 선조들이 나라의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며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사직단이 있다. 이로 ‘사직’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일본은 강점기에 우리네 고유문화를 없애기 위해 사직단의 격을 낮추고 공원으로 삼았고, 우리는 한발 더나가 1960년대 말에 이곳의 사직단을 헐고 동물원을 만들었다. 팔각정도 1973년에 완성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70∼80년대 공원 속 동물원과 야외수영장, 팔각정이 있는 이곳은 광주시민들과 인근 주민들의 놀이와 소풍, 휴식과 전망의 기능을 톡톡히 했다. 또한 기념사진의 배경도 되었다.

1991년 동물원은 우치공원으로 옮겨졌고, 야외수영장도 없어졌다. 이후 사직단과 숲이 복원되어 다시 사직공원이란 이름으로 오늘 우리 곁에 있다.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과 운동, 치유의 숲이 되어 도심 속 소공원으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 그중 야외 수영장 일부 스텐드와 변형된 팔각정은 지금도 그 당시 추억과 기억의 장소에 대한 유일한 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일한 흔적인 팔각정을 헐고 더 높은 전망대와 전시공간 등을 만들려 한다. 40년 동안 그곳에서 우리네 추억의 상징이고, 기억의 장치이고,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팔각정을 없애려 하기 전에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해 보자.

첫째, 기억과 흔적에 대한 가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것을 이런저런 이유로 다 없애면 무엇을 보고 이미 우리의 삶과 추억과 기억 속에 있는 이곳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겠는가? 이미 40년간을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역사·문화적 가치는 충분하다. 그간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이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겠는가? 문제는 이런 흔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우리들이 문제지, 팔각정을 헐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 풀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장소에 대한 생각이다. 현 팔각정이 있는 곳이 현대식 전망대가 있을만한 공간인가란 의문이다. 터가 너무나 좁다. 높은 건물이 올라갈만한 여건도 못된다. 접근성도 문제다. 이미 숲도 많이 우거져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사직단이 있는 작은 산의 정상부가 가지는 의미도 되새겨 볼 일이다.

셋째, 연계성의 복원이다. 사직공원은 양림동 근대문화유산과 함께 광주의 주요 문화자산이고 생태·역사탐방로의 일부다. 아사아문화전당과 연계된 아시아문화교류권에 속해 있어 다양한 사업이 구상 중에 있고 일부는 시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모든 관련된 계획을 피드백 해봐야 한다. 종합계획과 단위계획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파악하여 보완을 해야 한다. 이 지역관련 사업에 대해 말이 많다. 팔각정을 없애고 전망대를 설치하는 것도 그 계획의 일부 중 하나이기에 더 염려가 된다.

끝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업이 종합적·장기적 계획보다는 단발적 사업이 되었고, 진정한 전문가 및 주민참여가 부족한 행정주도 사업이 되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벽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건축사·전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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