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하여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남쪽으로 26km 정도 내려가면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이란 유서깊은 사적지가 나온다.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732-1799)의 생가다. 포토맥강 서안에 위치한 이곳에서 워싱턴은 재임기간 당시에도 434일 동안 머물며 집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 1797년 두 번의 대통령 임기를 마친 그는 ‘한번 더’를 외치는 국민의 바람을 뒤로하고 고향에 내려와 여생을 보냈다.
저택과 농장, 정원 등 8천에이커(1천만 평)에 이르는 마운트 버넌은 워싱턴 대통령이 사망했던 1799년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지난 1960년 국가유적지로 지정된 이후 저택의 벽 페인트 색깔에서부터 가구, 심지어 스푼까지 섬세하게 복원했다. 현재 민간조직인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Mount Vernon Ladies Association)’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매일 수십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이 ‘문화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맨션투어,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이 찾는 ‘글로벌 랜드마크’로 키워가고 있다. 한국어 등 10여 개 언어로 관광안내지도가 제작될 정도다.
역사적 가치에서 보면 마운트 버넌에 견줄 수 없지만 펜실바니아주 스크렌튼시의 ‘스팀타운 박물관’도 대표적인 유적지다. 스크렌튼은 1930년 초 석유왕 록펠러가 필라델피아에서 석유를 파내기 시작하기 전까지 광산촌으로 유명했다. 당시 스크렌튼은 동서남북을 잇는 기차들의 출발지로 뉴욕에 이어 두번째로 인구가 많았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면서 황량한 폐광촌 신세가 됐다.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은 1986년 스크렌튼의 상징성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스팀타운 박물관을 개장했다. 미국역사의 한 뿌리를 보여주는 스팀타운박물관은 초·중·고 학생들의 산 교육장으로 연중 문전성시를 이룬다.
미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5천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들의 눈엔 ‘저런 게 무슨 보존가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소한 것도 끔찍하게 챙긴다. 불과 20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보호하는 것(protecting the irreplaceable)’을 문화재 관리의 ABC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번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에 대한 우리들의 안일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국민소득 2만불, 경제규모 세계 10위라는 화려한 외형에만 도취된 나머지 정작 5천 년의 소중한 역사를 지키는 일은 뒷전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문화재는 정부 소유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꾸고 지켜가야 할 유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젠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보 1호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저택과 농장, 정원 등 8천에이커(1천만 평)에 이르는 마운트 버넌은 워싱턴 대통령이 사망했던 1799년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지난 1960년 국가유적지로 지정된 이후 저택의 벽 페인트 색깔에서부터 가구, 심지어 스푼까지 섬세하게 복원했다. 현재 민간조직인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Mount Vernon Ladies Association)’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매일 수십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이 ‘문화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맨션투어,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이 찾는 ‘글로벌 랜드마크’로 키워가고 있다. 한국어 등 10여 개 언어로 관광안내지도가 제작될 정도다.
역사적 가치에서 보면 마운트 버넌에 견줄 수 없지만 펜실바니아주 스크렌튼시의 ‘스팀타운 박물관’도 대표적인 유적지다. 스크렌튼은 1930년 초 석유왕 록펠러가 필라델피아에서 석유를 파내기 시작하기 전까지 광산촌으로 유명했다. 당시 스크렌튼은 동서남북을 잇는 기차들의 출발지로 뉴욕에 이어 두번째로 인구가 많았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면서 황량한 폐광촌 신세가 됐다.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은 1986년 스크렌튼의 상징성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스팀타운 박물관을 개장했다. 미국역사의 한 뿌리를 보여주는 스팀타운박물관은 초·중·고 학생들의 산 교육장으로 연중 문전성시를 이룬다.
미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5천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들의 눈엔 ‘저런 게 무슨 보존가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소한 것도 끔찍하게 챙긴다. 불과 20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보호하는 것(protecting the irreplaceable)’을 문화재 관리의 ABC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번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에 대한 우리들의 안일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국민소득 2만불, 경제규모 세계 10위라는 화려한 외형에만 도취된 나머지 정작 5천 년의 소중한 역사를 지키는 일은 뒷전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문화재는 정부 소유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꾸고 지켜가야 할 유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젠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보 1호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