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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6 13:34
지금 그 곳에 가면
 글쓴이 : 김명선 (220.♡.130.216)

제목: 지금 그 곳에 가면

“선생님 안녕하세요“
멀리서 뛰어오면서 세훈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어서오너라“
또 뒤에서  큰소리로 소윤이도 인사를 건넨다
몇 달 전만해도 엄마 손잡고 입학식하러 오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씩씩하게 혼자서 다니는
모습이 제법 초등학생 티가 난다.

나는 운천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이다.
경찰생활 37년을 마무리하고 어린학생들과 눈맞춤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이 아이들이 새싹이라면 나는 고목나무쯤 되겠지.

학생들의 안전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코로나와 관련되어  많은 부담을 안고 일을 하고 있다.

운천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600명이 훨씬 넘는 
이 지역에서는 비교적 큰 학교이다.
그래서 학교의 등교시간에는 무척 바삐 돌아간다 특히 코로나 사태이후 더 그렇다.
인원수가 많아 코로나로부터 취약하고 노출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거리두기를 위해서 밖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 발열체크를 하면서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들,
매일 정문과 후문을 오가며 ”안녕“,”어서와“를 외치며 학생들과 눈맞춤 인사를 건네기 바쁜 김길심 교장선생님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지켜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미소속에 긴장감이 엿보이는 고지용 교감선생님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길이 바삐 돌아가는 보건선생님들,
수업준비에 분주한 선생님들까지 모두가 바쁘다.

이 바쁜 와중에
후문에서는 학생들 틈에서 동네 오르신까지 하나 더 보탠다

”왜 못 가게 해“
”조용히 빨리 지나가부께
어르신 지금은 통행하실 수 없습니다.

코로나사태 전에는 주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학교의 정문과 후문을 개방하여 등,하교 시간대에 주민들을 통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는 통제를 하고 있는데도
가끔 동네 어르신들은 통과하겠다고 막무가내로 떼를 쓴다
조용히 빨리 지나가면 코로나도 조용해 질려나 모르겠다.

이제는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를 듣고,거리두기를 지키며 식당에서도 말없이 식사만 하는 아이들,
원격수업. 시차등교등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런 생활에 적응하기 바쁜 선생님들,
아이들 뒷바라지에 열중한 엄마,아빠들
교실과 운동장까지 헉헉소리를 내며 지쳐가는 것 같다.

계속된 이런 생활속에 작년 이때쯤이 생각난다.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합창노래 소리도
어깨동무하며 장난질하며 뛰놀던 아이들도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던 씩씩함도
체험학습 위해 줄지어진 관광버스도
그리고 점심시간에 키움마당안의 소란스러움까지
그리워지는 것은 나 혼자만 일까

하지만 지금은 어깨동무하며 장난질도,
점심 먹으면서 재잘거림도,
관광버스타고 체험학습 가는 전날 밤의 설레임도 없지만

코로나가 너희들의 꿈마져 깨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처럼, 개인수칙, 생활수칙 잘 지키면서 함께 이겨낸다면 반듯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내 자신도 지난 일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욱 더 잘해야 되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고목나무에게 하나의 바램이 있다면
너희들이 잘 자라서 우리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 쯤에는
코로나 같은 질병도 없고, 집값, 취직 걱정도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하는 이 고목나무의 작은 소망이란다.

추억이 깃든 학교종소리는 아니지만
언제부터 바뀌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면서
지각을 앞둔 두 아이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뛰어오는 두 명의 학생들
천천히 와라 왜 늦었어?
“히 동생이 늦잠 잤어요”
그래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낄 줄 아는 그 발걸음이 고맙게 느껴진다

마지막 낙엽까지 떨어진 교정에서 바라본 교실은 고즈넉해 보이지만
긴장감속에서 또 하루가 시작된다.
 
운천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 김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