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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10 12:08
걷는다는 것
 글쓴이 : 김영옥 (183.♡.65.2)
걷는다는 것

                                                          *김영옥, 서구 월드컵4강로 68길 9-7, 010-5633-9963


우리 모두는 걷는다.

땡볕 여름도 걸어서 건넜다

지리산길을 걸을 땐 길을 통한 자연을 걸었고

순례길을 걸을 땐 길을 통해 신의 경외함과 은혜 속을 걷는다

공간의 거리를 걸을 뿐만 아니라

멈춰있어도 누워있어도 우리는 걷는다

바로 시간 속을 걷는다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시간의 지평을 멈추지 않고 걷는 한 평생

우리는 어떻게,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걷는다는 것은 개별적인 매순간순간 자신의 고유한 흔적을

길 위에, 이웃의 얼굴에, 나의 얼굴에 그리고 세상에 새기어

'나'를 만들어가며 낙원의 미래로 밝은 지평을 걸어간다

역사를 거슬러 걷기도, 다시 되돌아 와 미래로 걷는다 

그래서 *'리베카 솔닛'은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낳아서 *투척되어 마지막 눈감고 누울 때까지 우리는 걷는다

발로 걷는 것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시간 속을 걸어간다

그 걸음이 일상이고 일상이 바로 순례의 인문학이다

청명한 하늘에 웃음을 허공에 흩날리기도

고뇌의 눈물을 흙 위에 점찍으며 시간을 걷기도 한다


일상의 참의미를 찾는 여정으로,

남을 부정하고 시비하는 것은

내가 그 '남'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움과 소중한 하루하루를

얼마나 무심하고 맹목적이고 이기적으로 보내며

허무하게 소비하는지를

가장 아래, 모두가 싫어하는 곳을 밟는 발바닥이

가장 위의 뇌를 깨워 줄 때

현실이 이상을 흔들어 깨울 때, 나는 다시 태어난다

걷는다는 것은 곧 살아가는 것이다

공간을 넘어 시간을 걸어갈 때

우리는 진정 삶을 소유하는 것이 아닐까


쉬지 않고 걷는 모두는

길 위에 있는 존재, 순례자, 나그네, 길손

그들은 '진실의 시간'에 잠기는 순간이다

나는 지금도 걷는다. 발이 멈출 때까지

*'삶이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라는

맥베스의 독백을 귓가로 흘린다 할지라도

                                                      ('190821수흐)

    (*리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저자,

    *투척投擲-우리 모두는 타의에 의해 세상에 던져진 존재

    *'삶이란...' :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5막5장 맥베스의 독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