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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10-28 08:35
[기고] 우리 시대의 지도자
 글쓴이 : 안경주 (220.♡.42.49)

대선 국면, 각 당은 후보를 준비하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각 후보가 갖는 역사철학과 인간에 대한 가치, 그리고 공약에 이르기까지 쟁론을 벌이는 시기이다. 얼마 전 서울시청 앞을 지나니 박정희 대통령 제사를 지내며 추모하는 한 무리가 운집해 있었다. 그리고 학살자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리고 수천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전직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진실을 끝내 마주하지 않고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우리 근대사의 대통령이란 국민에 대한 학살과 부정부패로 마감하는 자리라는 영예롭지 못한 이름이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모든 사람이 결코 손해를 볼 수 없다”라고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해석해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문가 김영수가 쓴 「사기, 정치와 권력을 말하다」를 다시 읽는 이유는 한 국가의 리더를 선출하고 옹립하는 과정에 국민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요구해야 하는가라는 우리 나름의 기본적인 명백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의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현재의 우리를 투영해볼 수 있는 중요한 준거가 된다. 사마천은 「五帝본기」를 통해 천하 백성들이 가장 갈망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 뛰어난 다섯 제왕이 갖추고 있는 많은 자질 중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리더십은 단연 ‘덕(德)’이었다고 한다. 덕이란 남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생각하는 것, 남의 처지를 내 처지처럼 여기는 것이다. 易地思之를 할 수 있는 마음이다. 이 덕은 리더가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통해 갖추어야 할 궁극적 리더십 항목이라고 말한다. 자기 수양이라 하니, 이 덕은 완성형이나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단련이나 수련을 통해 만들어가는 덕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덕을 갖추기 위해서 가져야 할 하위 덕목들이 있다. 사마천은 침착, 지략, 겸손, 공평무사 등과 함께 ‘사리분별’이라는 항목을 강조한다. 김영수의 해석에 따르면, 사리분별력을 갖추기 위해 한결같이 널리 보고 들어 백성의 절박한 요구를 잘 헤아리는 것이며, 경청과 함께 열심히 생각하고 자기수양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청’과 ‘배려’는 겸손이라는 덕목과 함께 인류가 가져온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처지를 배려하는 자세가 덕을 갖춘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핵심적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리더십을 갈고 닦으면 백성들을 사랑으로 돌보게 되고, 차분하고 지략이 있어 사리에 밝고, 공평하게 은덕을 베풀어 남을 이롭게 하되 자신의 이익을 꾀하지 않고, 화합을 이루며, 관리들에게 절대 신중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바람직한 통치 행태가 그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마천은 나쁜 리더십을 대비시킨다. 국민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다. 교만, 거드름, 오만, 비방, 부도덕, 부덕, 정쟁, 사심, 표리부동, 무능 등을 들고 있다. 특히 교만과 부도덕을 강조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민을 죽이고,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한다. 심지어 무능하기까지한다. 리더가 마땅히 목표로 삼아야 할 국민의 안위와 행복보다는 자기 목전의 이익을 위해 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으며 교만하여 부덕하다. 이런 리더와 함께하는 것은 불행이다. 우리 역사의 어느 면을 보면, 우리 국민들은 참 불행한 시절을 보냈고, 리더의 임기가 끝났을 때 감옥으로 보내야 했었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으며 권력은 누가 갖는 것이 아닌 국민과 리더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힘이다. 선한 영향력은 군림하며 휘두를 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청과 배려 그리고 덕으로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목표를 갖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할 때 형성되어, 모두가 함께 앞으로 나아갈 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해 모든 사람이 결코 손해를 볼 수는 없다.” 그런 일이 우리 역사에서, 우리 조직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결코 용인해서도 안 된다. 날마다 자신을 되새겨 수양하며 올바른 사리분별을 갖고 소통하려는 리더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 안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