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증심사 공양간·요사채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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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증심사 공양간·요사채 전소
빗물받이 용접공사 중 불꽃 튄 듯
5시간만에 진화…문화재 피해 없어
2024년 09월 29일(일) 20:20
29일 오전 광주시 동구 운림동 증심사의 공양간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식당과 숙식 공간으로 쓰이는 공양간·요사채가 전소됐다.
광주의 대표 사찰인 증심사에서 불이나 공양간과 요사채가 전소됐다.

불은 다행히 인근 대웅전 등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증심사 스님들과 방문객이 대피했고 무등산이 연기에 휩싸이면서 등산객들이 산행을 중단하고 내려오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29일 광주동부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께 광주시 동구 운림동 증심사 내 식당(공양간)과 요사채(스님의 숙식 공간·행원당)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시간 20여분만인 오후 3시10분께 불을 모두 껐다.

소방당국은 중장비와 소방헬기까지 동원했으나 화재 건물이 목조 한식 기와 건물이라 기왓장을 뜯어내 가며 불길을 잡느라 완진까지 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식당과 요사채로 쓰이던 건물 1개 동(연면적 165㎡)이 완전히 불에 탔다.

화재 발생 지점 인근에는 지장전, 대웅전 등이 인접해 있는데다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이 밀집해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연결될 위험이 있었으나, 소방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다행히 불이 옮겨붙지는 않았다.

증심사 내 보물, 광주시 문화유산 등의 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심사 일대는 지난 1984년 2월 17일 광주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으며, 사찰 내에 보물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시 유형문화유산 삼층석탑, 오백전, 석조보살입상, 약사암 등이 있다.

화재 당시 이곳에서는 빗물받이 용접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작업 도중 용접 불꽃이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튀면서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됐다.

사찰 관계자가 소방당국에 화재 신고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재 발생 지점을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소화기 사용 등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심사 입구에는 주말을 맞아 가을 산행을 나선 등산객들과 화재 진압 중인 소방차, 경찰차 등이 뒤섞여 소란을 빚었다. 등산객들은 매캐한 냄새와 연기 때문에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며 앞다퉈 산을 내려갔다.

주말을 맞아 5살 딸과 아내와 함께 나들이에 나섰던 신대웅(42)씨는 “등산 도중에 타는 냄새가 너무 심해져서 등산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더 올라갔다가는 아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며 “날씨가 좋아서 간만에 산에 왔는데 큰 불로 이어지지 않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고 한숨을 돌렸다.

등산객 심모(60)씨도 “상쾌한 산공기 마시러 온건데 불이 나서 연기가 너무 심하니 오히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증심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의 수말사이자 광주를 대표하는 전통사찰이다.

증심사는 860년 통일신라 말기 사자산문을 열었던 철감선사 도윤이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 화마에 휘말렸다.

1597년 정유재란 때 큰 불이 나 오백전 외 건물이 모두 소실됐으며, 이후 1609년 석경(釋經)·수장(修裝)·도광(道光) 선사가 4차 중창(재건립)했다.

1951년에는 한국전쟁에 휘말려 오백전과 회승당을 제외하고 모든 건물이 화재로 불타버렸고, 20년 가까이 방치되다 1970년 주지 승려 현광과 신도들의 노력으로 대웅전과 지장전을 복원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지장전, 승방, 일주문 등을 복원했으며, 화재가 발생한 요사채 행원당은 1989년 복원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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