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수요 발굴·양곡법 외면…농민탓만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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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수요 발굴·양곡법 외면…농민탓만 해서야
[밥이 진심 밥심이 쌀심 <2> 농민은 죄가 없다]
생산비 증가에도 쌀값 하락 ‘시름’
정부, 소비 촉진 등 대책 마련해야
2024년 08월 06일(화) 20:55
영암지역 농민 변중업씨가 6일 자신의 논에서 비료를 주고 있다.
쌀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확기를 앞두고 직·간접생산비가 모두 늘어났지만 쌀값이 끝없이 하락하면서 소득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는 올해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도 쌀값의 상승을 달가워하지 않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소비자물가 안정만 강조할 뿐, 농업인의 소득안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쌀값을 20만원대로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양곡관리법을 두 차례나 거부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통계청의 ‘2023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논벼 생산비는 10a(아르)당 87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4%(2만1000원) 증가했다. 쌀 생산비도 20㎏당 3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4%(431원) 늘었다.

쌀 생산비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연 평균 1.8%씩 상승해왔다. 반면, 산지 쌀값은 같은 기간 연평균 1.0% 증가하는데 그쳐 농민들의 10a 당 순수익은 연평균 1.3%씩 감소한 실정이다.

소비도 줄면서 각 지역 농협 창고는 쌀 재고로 가득하다.

영암에서 7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변중업(47)씨는 “20만원을 보장하겠다더니 약속도 안 지키고 쌀 가격이 떨어질 때는 벼농사를 많이 해 남아도는 것이라며 농민 탓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년 남아돈다면서 수십만톤의 쌀을 의무수입하면서도 뒷짐지듯 고민하는 기색이 없다는 게 농민들 푸념이다. 적정 쌀값을 유지해 농민 소득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 자료의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다. 정부가 쌀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는 통계 자료들이 현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가 발표한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자료에서는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전년 대비 1.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2㎏만 감소했다.

오차가 생길 수는 있지만 6배 차이가 나는 통계라면 신뢰성에 의심을 줄 수 밖에 없고 쌀값 형성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수치가 된다는 것이다.

생산하는 농민 탓만 하지 말고 어떻게 소비량을 늘릴 지 고민하고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냐고 반문하는 농민들도 많다. 기계화가 다른 작물보다 잘된 게 문제라면 다른 작물의 자동화율을 높여 고령화된 농민들이 쉽게 옮겨갈 수 있도록 하고 아침밥 먹기, 가공산업 활성화 등 쌀 소비를 늘리는 정책,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해결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당장, 이달 수확이 예정된 조생종 햅쌀 출하를 앞두고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도 전남도 등이 요구하는 추가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남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재고물량도 전년보다 6만 7000t이 많고 전국 쌀 재고도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3만 6000t이 많다.

김용경 광주·전남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 협의회장은 “정부는 지난해 쌀 생산량을 발표하면서 9만t이 남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현재 15만t을 사들여 격리해도 유통 물량이 남아있다고 한다면 부실한 자료로 예측을 잘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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