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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들 모시며 마을 살피는 26살 이장입니다”
완도군 완도읍 용암마을 김유솔 이장
6년간의 서울 생활 접고 고향으로…24살에 전국 최연소 이장 맡아
어르신들 민원청취로 일과 시작, 사진관 운영하며 청년사업도 준비
2024년 05월 20일(월) 19:45
김유솔 이장이 소상공인, 외지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한 플리마켓 운영 모습. <김유솔 이장 제공>
26살 김유솔씨는 완도군 완도읍 용암마을의 이장이다. 2022년 이장을 처음 맡게 된 당시 24살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이장에 올랐다. 완도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올라가 일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휴식하기 위해 내려온 완도에 반해버렸고 2019년, 6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 내려왔다.

“어렸을 때부터 살던 완도가 너무 시골같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편견이었죠. 사람들이 제주도에 놀러가는 것처럼 예쁜 자연환경을 가진 완도인데, 왜 낙후됐다고 생각했을까 후회했어요. 열발자국만 걸어도 아는 사람이 나오고, 차를 타고 가도 창문을 내리고 인사하는 게 일상이라 정말 ‘우리 동네’, ‘우리 집’이구나 친근해요.”

그는 처음에 겁 없이 도전했다고 말했다. 전 이장에게 제안받은 이장직에 ‘어떻게 이런 제안이 들어오지?’하며 그저 신기해했다. 그는 “무슨 일인지 몰라 걱정했지만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주민 평균 연령 68세, 80세대 50여 명이 살고 있는 용암리에 홀로 거주하며 이장 일을 하는 그는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세대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코 피어싱과 타투가 있는데도 어머니들이 ‘젊은 사람이 세련돼야지’라며 예쁘다고 하신다”며 “마을 분들이 다 열린 마음으로 대해 주시고, 이제는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것 하나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현재 3년차 이장인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길에서 어르신의 민원을 청취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가로등이 꺼지거나 들풀로 통행이 방해되는 등 수집한 민원을 처리하며 대부분의 낮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가로등이 나가면 어디에 전화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지금은 공공기관에 연락해 바로 해결하죠. 제가 힘들 때마다 마을 어르신들이 잘 도와주셨어요. 실수하면서 적응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시죠.”

김유솔
김 이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사진관인 ‘솔진관’을 운영한다. 고향 친구들과 플리마켓과 플로깅을 하다가 본격적인 군 지원 사업을 받아 ‘완망진창’을 만들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전남형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돼 한달 살기 프로그램을 열어 외부 청년들이 완도에 정착하기도 했다. 올해 이 사업을 기반으로 외지 청년들이 지역에 올 수 있도록 한달 살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장 일을 하며 청년 공동체 활동을 시작했어요. 두 가지 일의 결이 같고, 해결하는 방법이 비슷해 서로 도움이 돼요. 완도 토박이지만 지역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어르신들이 항상 알려주시고요. 또 저희 마을에서 휴대전화 사용법을 알려주는 ‘손주학교’ 프로그램도 했어요.”

김 이장에게 완도는 서울보다 더 넓은 곳이다. 시골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아무거나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골에 오는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도시의 형태가 아닌 시골의 모습을 지켜가면서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도 좋지만, 빈 집과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하며 청년들이 오고 싶어하는 완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장으로 계속 일을 하며 마을 팽나무 아래에서 결혼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쭉 살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