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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 합의 깬 GGM … ‘광주형 일자리’ 시험대
“급여·복지 약속과 다르다” 노동자 140여명 민주노총에 가입
35만대 생산 전 협약 파기…광주시, 대타협 행정력 발휘해야
2024년 05월 12일(일) 20:00
광주 글로벌 모터스 정문 전경.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세계 최초 노·사·민·정 합의의 산물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상생형 일자리’사업이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차량 누적 생산 35만 대 달성 전까지는 노동조합 대신 상생협의회를 통해 임금 등 근무 조건을 협의하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주거 등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일부이긴 하지만 노측에서 12만 대 생산 시점에 노동조합 결성과 함께 단체 교섭권 확보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노측의 선택으로 고임금 정규직 위주의 제조업 관행을 깨고 ‘적정 임금·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광주형 일자리’의 사회적 합의와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지역민이 기대하고 있는 ‘제2, 제3의 광주형일자리’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등이 나온다.

12일 GGM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GGM 근로자 140여 명은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완료했다. 전체 근로자(660여명)의 22% 수준이다. 만약 전체 근로자의 과반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경우 대표성을 인정받아 단체 교섭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노·사·민·정 합의에 따라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온 광주시와 GGM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노사민정 상생협력이 낳은 첫 일자리 모델인 GGM은 정부와 광주시, 현대차 지원 등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겨우 탄생했는데 협약 자체가 무효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사민정이 체결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살펴보면, 차량 35만 대 (누적)생산까지는 임금 등의 근무 조건을 광주시, 노동자, 사용자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에서 결정하기로 체결했으며, GGM은 3년 전 가동을 시작한 이래 12만 여대를 생산한 상태다. 협약대로라면 앞으로 23만 대를 더 생산한 이후 임금 등 새로운 근무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GGM의 설명이다.

특히 GGM과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인 ‘사회적 합의’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7일 노조 출범에 대해 “GGM으로 대표되는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광주 지역사회의 제안이었다”며 “(광주시는 민선 8기 들어)협약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최근 GGM 현장에서 상생 협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GGM측도 “35만 대 생산 이전의 노동조합 설립 여부는 협정서를 통한 사회적인 약속”이라며 “특히 노사민정 모두가 대화와 소통, 타협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지역 청년에게 제공하자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사업인 만큼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GM 노동자들은 “광주시와 사측이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조합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GGM 일부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정 등을 돕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광주시가 주장하는 사회적 임금, 주택 제공, 상생일자리 재단 통폐합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합의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특히 사측이 기업노조와 파트너쉽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광주시와 GGM이 주장하는 연봉 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GGM 출범 당시 ‘사회적 합의’였던 초임 연봉 3500만원과 달리 주 44시간 기준 294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4년차 현장 근로자 연봉은 3400만원 수준으로, 광주시의 주거 지원비를 더해야만 3600만원 선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광주시와 GGM이 주장하고 있는 3700만원이 넘는 임금 수준은 공무, 설비 파트 등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근로자의 임금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노조측은 일단 단체교섭권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GGM 노동자의 조합 설립과 단체 교섭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사회에선 35만 대 생산 이전까지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만큼 노사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광주형 일자리의 설립 취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사회적 합의를 깨는 노조측의 일방통행식 협상 방식은 향후 GGM 사업 확장과 광주의 대기업 추가 유치 등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취임한 현대차 출신 윤몽현 대표가 기업 규모 확장을 위해 캐스퍼 외 다른 차종 유치에 나선 상황에서 ‘타협 없는 강성 노조 이미지’는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가장 민감한 임금 문제 등이 터진 것”이라면서 “대주주인 광주시가 노사 모두 한걸음씩 양보할 수 있는 대타협의 행정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