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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사답 (詩問史答) - 오정환·김상범 지음
“시에 삶의 길을 묻고 오랜 역사에서 답 찾는다”
2024년 04월 27일(토) 12:00
현대시와 춘추전국시대 역사를 연결시켰다. 저자들은 시에 묻고, 오랜 역사에서 답을 찾는다. 독자들은 물론 리더, 지도자에게 절실한 화두(話頭)인 삶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와 역사의 인문학적 통섭을 시도했다.

젊은 시절, 영업직으로 뛰며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저자는 “여기 하나의 상심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김광균 ‘노신’) 시구에서 내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두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시를 읽으면 시인의 관찰법과 생각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시인이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면서 “시에서 얻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난해한 시보다 영감을 주는 쉬운 시를 고르고, 사마천 ‘사기’ 등을 꼼꼼히 읽으며 역사에서 사례를 뽑아가며 오랜 시간동안 공들여 책을 썼다.

크게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와 ‘잃어버린 불을 꿈꾸며’, ‘그대와 내가 숲이 되려면’,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네’ 등 4개 장(場)으로 구성돼 있다. 이성복 ‘꽃피는 아버지’와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나희덕 ‘땅끝’, 남진우 ‘타오르는 책’ 등 33편의 현대 시와 중국 고전 속에서 찾아낸 상황에 맞는 역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봄이 오면, 그래/ 죽은 것들을 모아 새롭게 장사지내야지/ 비석을 다시 일으키고 꽃도 한줌 뿌리리라/ 다시 잠들기 전에/ 꿈꾸기 전에”

저자는 최영미 시인의 ‘대청소’ 시를 통해 독자들을 은나라 주왕의 시대로 이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대표되는 폭정과 포악, 독선의 군주였다. 바른 말을 하는 왕자에게 화를 내며 “내가 듣기에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있다던데 정말 그런가?”하며 죽인 후 가슴을 열어 심장을 보았을 정도였다.

반칠환 ‘날개’는 “…천적이 없는 새는 다시/ 날개가 사라진다지/ 닭이 되고, 키위가 된다지”라고 노래한다. 변화와 적응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의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다. 결핍과 위기, 척박한 환경은 되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시킨다. 조나라 무령왕은 ‘강한 병사’를 육성하기 위해 호복(胡服·오랑캐옷)을 입는 부대를 만들어 말 타기·활쏘기를 훈련시켰다. 과감하게 오랑캐 제도를 도입한 결과 나라를 부흥시킬 수 있었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인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민들. /연합뉴스
저자들은 고재종 ‘첫 사랑’과 곽효환 ‘얼음새꽃’, 정일근 ‘신문지 밥상’, 박성우 ‘누가 더 깝깝허까이’, 최두석 ‘호박꽃’ 등 현대시와 역사의 통섭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최승호 ‘꿩발자국’ 시에서 제나라 재상 안영과 마부의 일화를 빌려 ‘어깨에 힘을 주는’ 세태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은 시인이자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이며, 김상범은 리더십 관련 저서 30권을 쓴 코칭분야 전문가이다. 마지막 장에 첨부된 시 출처 시집과 참고 도서 목록만으로도 두 저자의 열의를 엿볼 수 있다.

요즘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본문 내용 가운데 조상들이 공부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여택’(麗澤) 개념이 눈길을 끈다. ‘인접해 있는 두 연못이 서로 물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로 벗끼리 서로 도와 학문과 덕행을 닦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시와 역사의 통섭 또한 그러할 것이다. <호이테북스·1만7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